배접(褙接) 의 시 /고재종
- 오솔길의 몽상 15
폭설에 찢긴 산길의 팽나무 가지에
누군가 황토를 짓이겨 바르고
새끼줄로 촘촘히 동여매 준 걸 본다
한때 죽세공이었던 우리 아버지
시린 삼동에 시린 대통을 쪼개다가
그 벼린 대칼에 손가락을 찍히면
벌어진 틈으로 빨간 혀를 내밀던 속살!
삶은 그렇게 오금 떨리는 상처에
늘 날 선 댓날 스치는 아픔이었지만
할머니는 그때면 헝겊 쪽에 밥풀칠을 해서
그 진저리 치는 손가락을 잘 감아 주었다
이름바 배접이라는 것이었는데
나뭇가지거나 손가락이거나
그 상처를 아물리는 마음은 얼마나 미쁜가
봄이면 팽나무 가지는 다시 잎을 피워
수만 박수갈채로 누군가를 맞을거다
내 시도 혹여 누군가의 마음을 쓸겠지만
지상의 눈물을 하늘의 별로 바꾸진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