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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선 시 2011/01/18 12:05   http://blog.azoomma.com/bomza/284029
 
 
응답
 
                  채은선
 
 
보리 뿌려진 논에 흙 덮어 주는날
종일 진눈깨비 흩 날렸지요
해가 서산에 질 때면 보리씨 흙으로
덮는일 마칠수 있고 더는 들 가운데
서있지 않아도 되었어요
얼어 붙은 손
흙장화 된 검은 고무신
주님, 얼마의 세월이 지나면
들 가운데 서서 추위에 일하는
고통 끝날 수 있을까요
어둠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아버지는 쇠스랑 어깨에 메시고 
어머니는 그 뒤에서
바람에 밀려가고 계시다
얇은 월남치마 펄럭이며
머리에 인 다라이 잡은 손
장미꽃 처럼 빨갛다
강산이 세번 변한 지금은
들 가운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간간히 기계들만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구나
 
 
 
 
 
이장희/휘파람을 부세요/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