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채은선 보리 뿌려진 논에 흙 덮어 주는날 종일 진눈깨비 흩 날렸지요 해가 서산에 질 때면 보리씨 흙으로 덮는일 마칠수 있고 더는 들 가운데 서있지 않아도 되었어요 얼어 붙은 손 흙장화 된 검은 고무신 주님, 얼마의 세월이 지나면 들 가운데 서서 추위에 일하는 고통 끝날 수 있을까요 어둠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아버지는 쇠스랑 어깨에 메시고 어머니는 그 뒤에서 바람에 밀려가고 계시다 얇은 월남치마 펄럭이며 머리에 인 다라이 잡은 손 장미꽃 처럼 빨갛다 강산이 세번 변한 지금은 들 가운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간간히 기계들만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