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상
채은선 시 2010/11/21 10:54   http://blog.azoomma.com/bomza/283978
 
 
 
새벽 단상
 
                 채은선
 
 
새벽 이슬 내린 마당에
할머니의 무명 치마와
아버지의 지게 적삼이
타작끝난 볏짚단 위에
하얗게 펼쳐져 있다
 
안방에서는 희미한 호롱불 아래
금방 참빗으로 빗어 옥비녀를 맨
젊은 엄마와 일곱살 여아가
하얀천을 당기며 숯 다리미질을 하고 있다
 
아가 꼭 잡아라
할머니 속치마에 숯 떨어지면 안된다
고사리 손안의 하얀 자루가
빠져 나갈세라 진땀 흘리며
팔을 떨면서 사그라 드는
숯 다리미를 노려보고 있다
 
지엄하신 할머니는 이제 안계시고
어머니도 먼길 가시려고 옷깃을 여미고 계신다
다리미질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세상이 되었는데. 새벽이면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 귀에 어린다
아가 꼭 잡아라
 
 
 
서천 1388.jpg
                                                           사진 제공 하여주신 음악방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