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바 다 / 채은선
거대 에너지로 꿈틀대는 밤바다는
서러운 이들의 눈물이 고여 검게 빛나는가
밤새도록 슬프게 철썩 처얼썩
서로의 가슴 부딪치며 괭음으로 운다
뉘의 사연들 엮이어 그렇게 서러운가
목숨 건 사랑 잃어버린 이의 통곡일까
어미 품 떠나갈 아가의 울음 소릴까
기댈곳 없는 병든 노인의 신음 소리인가
바다야 바다야 너 섧은 바다야
밤새 울고도 아침이면
빛나는 태양 보석처럼 품어주고
하찮은 멸치떼 유영을 지켜주는
너의 품이 하늘과 맞닿았구나
검은 몸 뒤척여 진주를 키우고
수만가지 울음소리 다독여
고기들의 전설을 뱃고동에 싣느라
소리치는 네 고통 이제야 알겠구나
-모던포엠 124 P-
검은 축배 / 채은선
사는것은 두려운 일이다
가능성은 많으나
선택의 폭은 좁고
현실과 동떨어진 괴리
사는것은 형벌이다
몸부림 쳐도 한계의 벽에 부딪혀
머리속은 텅빈 사막으로
검은 모래바람 휘몰아쳐
비는 오지 않는다
생의 끝으로 가고 싶은 날
주검은 나를 바라보며 비웃고
대항하면 눈앞은 무덤의 집
최후의 날까지 반항하다가
어느날인가 내 빈소가 차려지면
사자들과 축배를 들리라
다시는
전생으로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 모던포엠 125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