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혼자 있고 싶다
채은선 시 2009/12/02 14:15   http://blog.azoomma.com/bomza/283326

 

 


사진/현이


 

 


                                                                       


 
 
 
 
 
 가을엔 혼자 있고 싶다 / 채은선
 
  
                                    
가을엔
가을엔 혼자있고 싶다.
겹겹이 세워둔 제도의 담을 허물고
훨훨 날아 오르는 고추잠자리 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나만의 빛깔옷
벗어 던져 버리고 초가지붕의
박넝쿨 걷어 목에 두르고
넓게 열린 들판의 정중리 길을
바람에 떠밀려 헤매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가면을 쓰고
음산한 동굴의 박쥐이고 싶다
낯선 세상으로  열린 길을 활보하며
다정한 얼굴들 비켜두고
정신나간 다른 사람으로 서있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그리움에 멍든 가슴
푸른하늘에 높이 높이 매달고
텅빈 들녘 오가는 그네가 되어
외로움 하나하나 지워가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하루종일
쓸데없는 생각에 부대끼다가
이렇게 이렇게 시를 쓴다

 
 

 
 
  Autumn Leaves- Jacintha/송이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