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의 여인 / 고재종
키가 작은 나는 너의 기다란 목이 좋다
눈이 찌든 나는 너의 푸른 눈이 좋다
그렇게는 슬프고 아름다워서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는 눈
나는 가난과 병마의 행려병자
나는 술과 마약의 보헤미안
나는 황금 이삭의 들판에서 쫓겨 온 이방인
보면 볼수록 흐릿해지고
보면 볼수록 보는 것 너머가 보일 뿐
부유와 추락과 파괴로 다가서는 낯선 거리여
이렇게 난폭한 삶을 수식하는 소품이 아닌
내게 있어 네 사랑은 폭풍과 같은 열정과 증오
찬 서리에 더욱 또렷한 들국과 같은
다독이고 쓸며 침착하고 강인한 내면
나의 모자라는 재능의 샘을 뿜어주리라
나의 고독과 우수를 또한 들여다보리라
그러니 내 사랑이 채 꽃피고 익기도 전에
시간은 나를 시간 밖으로 데려가려고 한들
너는 그걸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지켜보다가
마침내 천국에서도 나의 모델이 되기 위해
시간을 넘어 영원 쪽으로 몸을 던진다 한들
유난히 긴 목에서 진하게 묻어나는
너의 쓸쓸함을 내가 왜 읽지 못하겠느냐
꿈꾸는 듯 푸른 눈에 어린 너의 외로움은
모든 사람에게 처음부터 어려 있던 것
때론 눈동자마저 사라져버리는 너의 눈을
깊고 푸른 영혼이라고 굳이 말하진 않겠다 Jeanne Hebuterne (쟌느 에퓨테른느)
모딜리아니와 쟌느
36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화가,,,모딜리아니
에곤쉴레와 카라밧지오에서 처럼 젊은 천재화가의 옆에는
이상에 대한 처철한 몸부림이
항상 무절제와 자폐로 나타나는 것 같다 .
보티첼리의 영향을 받아 "목이 길어 슬픈" 여인상을 주로 그렸던
모딜리아니는 한때 여류 시인과 용광로 같은 뜨거운 사랑을 했고,
그녀를 모델로 한 인물화에 깊이 빠졌다.
마침내 그는 평생의 모델이 된 아내 쟌느를 만나면서
얼굴이 긴 여인이라는 불후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모딜리아니'는 그녀를 대상으로 여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왜곡된 얼굴 형태의 우수에 찬 표정 속에는 '모딜리아니'에 대한
순애보 적인 사랑이 녹아 있다.
파리의 몽마르뜨나 몽파르나스지역에 모여 활동하던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 가 자주가던 로톤드(카페 이름)에
한 아름답고 청순한 여인이
그림공부를 위해 몽파르나스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당시 19세의 쟌느는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고
밤색머리를 둥글게 말아 올려 다녔기 때문에 ' 느와 드 코코 ' (야자열매라는 뜻) 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는 모딜리아니를 만나 불같은 사랑을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