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
폴 엘뤼아르
그녀는 내 눈꺼풀 위에 있고
그녀의 머리칼은 내 머리칼 속에
그녀는 내 손과 같은 형태
그녀는 내 눈과 같은 빛깔
하늘에 돌멩이 하나처럼
그녀는 내 그림자 속에 잠겨 사라진다
그녀는언제나 눈을 뜨고 있어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그녀의 꿈은 충만된 빛으로 싸여
태양을 증발시키고
나를 웃게 하고, 울고 웃게 하고
할 말이 없어도 말하게 한다.
*
"일생에 단 한번 우는 전설의 새가 있다. 그 울음소리는
이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둥지를 떠나는
그 순간부터 그 새는 가시나무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가장 길고 날카로운 가시를 찾아 스스로 자기 몸이 찔리게
한다. 죽어가는 새는 그 고통을 초월하면서 이윽고 종달새나
나이팅게일도 따를 수 없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목숨을 맞바꾸는 것이다. 그리하여 온
세상은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신까지도 미소를 짓는다.
그 이유는 가장 훌륭한 것은 위대한 고통을 치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콜린 맥컬로가 쓴 방대한
소설 <가시나무새>는 이런 '켈트의 전설"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목숨을 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가. 그녀 때문에 잠못이루고
그녀 때문에 울고 웃고, 그녀 때문에 수다쟁이가 되고
그녀의 꿈의 빛 때문에 태양마저 증발 되어 버릴 정도로
휘황한 그녀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한 적이 있는가.
그렇게 사랑하여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남길 수 있는가.
엘뤼아르는 초현실주의 시인이자 저항시인이기도 한데, 그의
"자유'라는 시는 민주화의 시절에 우리가 줄줄 외우던 시다 /시인 고재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