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아주 싫어하는 음식도 없는 나에 비해서
딸은 좋아하는 음식에 정확한 구분이 되어있어
오히려 음식을 만들때면 편하다..
주말에 한통의 메세지를 받곤 기대에 차있는 딸은
다음날 도착한 흰박스를 보곤 연신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평화롭게 누워있는 8마리의 대게..
이 대게를 어케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처음엔 기본으로 좋아하는 대게찜을 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파먹는 대게의 맛은 쫄깃한게 좋았지만
노동이 좀 필요하다는 점이...ㅎㅎ
게딱지에 따뜻한 밥을 비벼먹으려니 무엇인가 좀 부족하다싶어
냉장고의 야채를 불러내어
순번에의해 부추, 당근, 쪽파, 팽이버섯을 나란히 짤게 썰어
참기름 한방울 똑 떨어뜨려 비비니 모양도 맛도 한결 좋았다.
나머지 대게는 게살죽을 끓어 보기로 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어둑한 밤에
버섯과 야채를 넣고 게살을 듬뿍넣어 끓인 게살죽은
게살의 보드라운 풍부한 맛과 버섯 향이 어우려져
제대로된 죽 맛을 선사했다.
대게를 보낸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 서방님~
딸이 게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신 서방님께서
대게철이고 조카가 생각이 나서
한 박스를 보내니 맛있게 드시라는 메세지가 있었다.
결혼 전부터 화니를 이뻐한 서방님이지만
이렇게까지 조카를 생각해서
선물을 보낸 서방님께 감사하다.
결혼 전까지 함께 살아서
서로의 식성과 성격은 알고있었다.
워낙히 성실하고 배려가 깊은 서방님이지만
결혼에 관심이 없었는데
서방님과 비슷한 동서를 만나 잘살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
이런 큰 선물을 받았으니 다음에 저녁식사라도 함께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