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고 바닥도 미끄러워 조금 걱정이되는 아침이다.
환자 봉성체를 가는 날이라 더 그럴것이다.
새해 맞아 첫 봉성체라 환자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단다.
하루전날 모여서 포장했으면 좋으련만
바쁜아침에 포장까지 하려니 마음이 바쁘다.
"어제 포장하자고 부를껄 그랬어요?"
"그렇지? 내가 바쁜일이 있어서..."
신부님은 차를 찾고 계시다가 투덜거리신다.
오늘 차를 운전하실 자매님이 미리 대기하고 있지않았으므로..
사실 차를 봉사하시는분이 급한일이 생겨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서 오신 분이다.
"자매님이 오늘 처음이라 좀 서툴러도 신부님이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 처음이라도 그렇지...생각을 하면 모르냐구요.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아직 눈이 녹지않은 길이 군데군데 미끄러운데다가,
무서운? 신부님이 옆에 앉아계시니 자매님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싶다.
(나도 몇 년전에 운전하다가 턱에서도 브레이크 밟지도 않고 무조건 고고~
훈남인 신부님 말씀 "오늘 놀이공원 온 기분이네요.."
그 신부님은 이해심과 유머가 넘치셨지...)
성격급한 신부님은 급기야 당신이 운전하시네..
"거기선 1단계로하시고....이번엔 우회전이고... 이제 좌회전입니다.."
그래도
차즘 마음이 누그러워지셨는지 여유있게 말씀도 많이하신다.
환자들과 함께 하다보면,...
대부분 고령인데다 몸이 불편하여 성당에 나오기 힘든분이시다.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신부님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잠깐의 시간이 아쉬워 눈물을 글썽거리는 어르신들,
추운데 고생이 많다며 손을 잡아주시는 분들,
작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웃음을 잃지않는 가족분들...
정성껏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배울게 많고 부끄러워진다.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는
수녀님을 보시자 눈물을 주룩 흘리시며"감사합니다"를 연발하신다.
평소에는 치매의 강도가 높다가 봉성체 할때면
성호도 긋고 정신이 좋으신 편이란다.
신부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봉사들이 점심을 먹고 나서는데
음식점 사장님이 신부님께 우리농산물 과자를 몇 개 선물로 주셨단다.
신부님이 과자봉지를 건네시며 오늘 힘들게 운전한 자매님에게 꼭 하나 주란다..ㅎㅎㅎ
때로는 급하고 무서븐 신부님이지만
할머니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시는 다정하시고
인정이 넘치시는 분이시다.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신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보여주시는
우리성당의 왕눈 신부님...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