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스크린 도어에 써있는 글귀나 시를 열심히 읽으며 감상하는 취미가 생겼다.
오늘도 바쁜일을 처리하려고 급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의 눈에 쏘옥 들어오는 싯귀가 있어 읽어보고 또 읽어보면서
갑자기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를 부리는 나를 발견한다.
누가 싯귀를 찾고 누가 최종적으로 오케이 싸인을 보내서
이렇게 좋은 싯귀가 올려지는 걸까?
몇번이고 음미하며 빙그레 웃어본다.
- 열매-
*오세영
세상 열매들은 왜 모두가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
바쁜 주말이 기다리고 있네요~
모처럼 날씨도 화창하고 좋다고 하니
조만간 우리와 헤어질 봄을 만끽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