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방 추워지니 얼른 문을 닫는다.
화장실을 가려면 신발을 갈아신고 추위에 떨면서 걸어가야한다.
외투를 다시걸치고 가야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한다.
따뜻한 물을 쓰려면 주인할아버지께 부탁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씻어야한다.
샤워장도 따로없다.
그럼에도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가마솥 밑에서 타오르는 나무타는 냄새에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온돌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불속에 발을 넣고
다음 일정을 의논해 보기도하고
핸드폰 문자답장을 보내기도
엎드러 책을 읽기도 한다.
감나무의 높이달린 감들은 그 누구도 손을 대지않아
하늘과 벗되어 멋진 수채화가 된다.
사다리를 들고나온 할아버지는 하루묵어가는 사람에게 건네며
감을 따서 먹으라고 한다.
긴 장대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몇개 딴 홍시는 입안에 넣으면 아이스크림보다
더 진한 얼음맛과 달달함에 정신이 번뜩난다.
토종닭들도 닭장에서 작은소리로 수다떨며
모처럼 밖에서 무슨일이 일어날까 밖을 내다보며 구경한다.
겅중겅중 뛰기도하다보면
어느새 발바닥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군불 지핀 구둘방이 뜨끈한 황토방과,
모락모락 올라오는 가마솥의 투박함과
가마솥 밑에서입 벌리는 조개의 향연은
어느새 삼박자의 묘한 구조로 하나가 된다.
내소사 옆의 정든시골집 민박에서 또 이렇게 하루가 간다.
처마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드름을 한개 꺽어본다.
어렷을때 고드름을 양손으로 비비며 놀곤 했었지.
입에도 넣어보기도 하고..
고드름 보기가 참으로 어려운 요즈음이다.
추운 민박에서의 하루는 호텔과 펜션과는 또다른
그 무엇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