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구 성석동의 우리 동네(성석1리)는 사당골, 아랫말, 하무시, 벌말, 진밭, 뒷골, 오랫골, 마골 등 8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일산신도시로부터는 불과 6km ~ 8km 떨어진 거리에 있지만 아직 60 여호가 농촌 촌락마을을 이루고 있다.
우리 마을에는 지금까지 옛 풍습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진밭두레보존회”는 농악을 연간 2회 정도 공연을 하고 있고, 정월 대보름 날 지신밟기나 달맞이 놀이를 한다. 보름날을 전후한 척사대회야 다른 동네도 하겠지만 척사대회가 끝나면 농악으로 한바탕 놀이를 벌이는 곳은 흔치 않을 것이다. 지난 정월 대보름날은 동네 몇 집을 다니면서 진밭두레보존회 멤버들이 회심곡으로 복을 빌어주고 성금을 걷었는데 모두 마을기금으로 들어간다. 마을 공동 재산으로 마을회관이 있고 논도 1,000평이 있다. 보름날 저녁에는 미리 참나무와 청솔가지 등으로 달집을 만들고 농악으로 한 껏 흥을 돋우면서 보름달 달맞이 행사를 하였는데 일산신도시 사람들도 구경을 오기도 했고 돼지를 두 마리나 잡아서 넓은 철판에 고기를 푸짐하게 구워먹기도 하였다.
오늘은 음력 4월 3일로 1년에 두 번 지내는 고봉산 산제사를 지냈는데, 산제사는 봄. 가을로 두 번 지내게 되는데 봄에는 음력 4월 3일, 가을에는 음력 10월 3일이다. 산제사는 제물로 쓰일 물건(제수)를 장만하는 일부터 하게 되는데 제수를 장만하는 것은 화주들이다. 화주는 가장 책임이 있는 상화주와 그 다음 책임이 있는 중화주, 하화주로 구성되며, 화주는 각각의 구역을 정하여 제사에 쓰일 비용을 갹출하는 책임을 지고 초하룻날 비용을 걷고 그 날로 화주들이 함께 제수를 장만하기 위한 시장을 본다. 금년 봄부터는 한 집당 1만원씩을 걷었는데 결코 불평하거나 뒷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군말했다가는 바로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된다. 작년에는 모 집에서 화주를 맡았는데 초하루날이 마침 일요일인데도 화주를 맡은 집 노인네가 꼭두새벽부터 대문을 일일이 두들기며 비용을 걷는 것에 새로이 이사를 온 전원주택 사람들이 그 풍속을 모르고 새벽에 문 두들기고 돈을 달라고 했다고 항의하다가 그 노인네 한테서 거의 죽음에 이르는 정도로 욕을 먹었다고 한다.
화주들은 제사에 쓸 술을 담가야 하는데 초하루날 산제사터의 생땅에 술독을 묻고 술을 담근다. 수백년 된 제사터에 생땅이 있을까마는 아마도 새로이 화주를 맡는 사람을 장난으로 골탕이려는 뜻에서 생땅을 파고 술독을 묻어야 한다고 가르쳤던 것 같다.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이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 제사터에 당도하자마자 “조랏술” 한 잔을 마시게 한다. 조랏술은 초하루날에 담근 막걸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찹쌀로 만든 원액이기 때문에 상당히 독하다. 한 잔 밖에 안마셨는데도 얼굴이 벌겋게 오르며 술기운이 돈다.
제사는 해뜨기 전에 화주들이 산제사터에 모여서 2번의 제사를 미리 지내고 마지막의 3번째 제사는 동네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축관이 축문을 읽고 화주들만 절을 한다.
축문의 내용은 고봉산신에게 마을의 태평성대와 마을 주민들의 화합 및 입신출세와 돈을 많이 벌어 번영할 것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제사가 끝나면 공터 한 켠에 마련해 놓은 자리 위에 상을 펼쳐서 제사에 쓰인 음식과 국, 밥 등을 차려서 함께 먹고 마시고 한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한 쪽에서는 다음 제사의 화주들을 지정하는 회의를 한다. 화주는 부부가 모두 건강하게 잘 있는 가정으로서 종교적인 갈등이 없어야 하고, 집안에 흉사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화주에게 결격사유가 없어도 동네에 초상이 들었거나 전염병이 도는 경우에는 산제사는 지내지 않는다. 따라서 화주로 지명되는 것은 남들이 인정하는 괜찮은 가정이라는 뜻이 있어 화주로 지정된 사람은 결코 투덜거림이 없이 흔쾌히 화주를 맡게 된다.
어렸을 때는 산제사 준비를 전부 손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동네 어른들은 며칠동안 바빴고, 산제사날은 어린아이부터 모두 모여서 산제사가 아주 흥청거렸는데 요즘은 젊은이들도 거의 안오고 어린아이도 오지 않는다. 제사를 지내는 시간이 비교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바쁘고 삶에 여유가 없는 때문이어서 어린아이들이 없는 산제사가 비교적 활기를 잃어가고 있고, 전통을 지켜내려는 노인들의 안간힘을 보게되어 씁쓸한 감회를 갖게 된다.
산제사후 식사가 끝나면 골고루 남은 제수 음식을 골고루 분배하여 참석자들에게 하나씩 싸주고 또한 각 자연마을별로 최장수 노인을 가려서 골고루 나눠진 음식봉지를 전하게 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효의 실천을 몸소 보이는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자주 산제사에 가서 음식도 먹고 조랏술을 먹기도 하였지만 우리집에서 가까운 골짜기의 산제사 터에서 올려지는 산제사에 최근에는 전혀 가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서야 비로소 참가하였던 것이었다.
도심 속에 숨어있는 진주같이 영롱한 전통문화가 숨쉬는 우리 동네 참 재미있지?
2005. 5. 10.
(오후에 이글을 작성한 것인데 작성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다 지워져서 먼 저 쓴글을 생각하면서 복원하려 하였으나 처음의 글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쓰이게 되었다. 창 밖에는 아직도 개구리 울음소리가 시끌벅적 하다)
자료출처:http://cafe.daum.net/neunggog36
사진찍은이: 최기옥
글쓴이: 김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