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2천만분의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자만이 어머니의 몸 안에서 난자와 수정된다. 그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지금 여기에 ‘나’라는 존재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생각하면 ‘나’의 소중함은 당연한 것이다.
700여 년 전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프레데리크 2세는 십자군 전쟁의 와중에 어린이 발육에 관한 최초의 연구라고 할 수 있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몇 명의 유아들을 가족으로부터 격리시켜, 보모들에게 맡겨 젖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는 등 극히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시켜 주고 안아주거나 달래주는 일은 하지 못하게 했다.
프레데리크 2세는 어른의 말소리나 자장가를 들어보지 못한 유아들이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유아들은 모두 사망했다.
‘아이들은 사랑의 손길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은 반응과 접촉이다. ‘늑대야~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거짓말을 수없이 해도 유아기의 아이라면 어떤 반응이라도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늑대의 상처를 마음에 갖게 되어 세상으로 향한 문을 닫아버리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하버드 의대 소아과학 명예 교수인 베리 브래즐턴 박사가 밝힌 바로는, 외적인 반응을 보여 주지 않고 무시하며 학대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기는 2~3살에도 화를 잘 내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절망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사랑해, 사랑해~ 안아보자. 우리 아기 왜 잠이 오니’ 이것이면 세상 문을 활짝 열 용기를 얻는다는데…. 못할 것 없지 않은가 “우리 예쁜 아들, 엄마랑 목욕할까” “넓은 우리 아들 등 좀 보세요.” “물속에서 엄마 엄지발가락이 어디 숨어 있나 찾아봐.” “이것 봐, 소름 돋았네.
토닥토닥…. 엄마가 빨리 물 닦아줄게.” “자~ 이제 크림 바르자. 엄마가 이렇게 우리 아들 발가락부터…. 조물조물~ 다리는 쭈욱쭈욱~ 꼭꼭! 튼튼하게 자라거라.
행복하게 자라거라. 사랑한다~.” 자신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데 그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자신을 제외한 사람이다.
김연혁/한국프뢰벨 유아교육연구소 www.froebel.co.kr
2004. 6. 6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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