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해 12월 22일 동지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고만 느낀 옛날이 있고..
지금 이 곳 시골에서의 동지는 다르다.
팥죽을 쑤어야한다.
그저 지나가는 절기려니 생각하던 때와는 달리
농사를 짓는 지금은 내가 지은 농산물인 팥으로 붉은 기운 넘치는 팥죽을 쑨다.
처음에는 어머님께서 많이 쑤어라고했지만 (어머님 뭐든지 많이 많이다)그렇게 많이 먹지않아서 지금은 적당히 우리 먹을것만 쑨다.
동지를 기다리며 어머님과 팥을 골랐다.
우리집 잡곡은 어머님께서 집앞 둘레둘레나 밭둑에 심기에 항상 어머님의 손길이 머문다.
우리는 다른 농산물에 신경을 써야하기에 여기에는 손길이나 눈길이 머물지못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콩은 농약과는 상관없이 자라니 콩을 수확하면 벌레 먹은것이 먹지않은것보다 많다.
어느정도 가려내고보니 버리는것이 더 많아 적당한것은 골라 우리가 팥죽을 쑤고 남은것은 아는이들에게 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한 팥죽도 이젠 쑤어서 집안의 액운도 막아주고 한 해 마무리의 감사함도 신께 빌면서 나도 어머님따라 창고나 부엌이나 안방에 붉은 기운을 뿌린다.
그러고나면 마음이 편안하다.
이젠 영락없는 시골아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