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촌장과 시골아낙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의 즉위 일성은..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이 한 마디에 조선의 노론들은 14년 전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죽은 사도세자가 다시 살아난 모습을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보경이가 엄마를 위하여 도서관에서 "사도세자의 고백"이라는 이덕일 저자의 책을 빌려다 주었다.

이 책은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 사도세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바로 친정아버지인 홍봉한을 옹호한 책이라면 이덕일 저자는 자신이 사도세자가 되어 이 책을 썼다.

"한중록" 은 '피눈물의 기록'이라는 뜻의 '읍혈록'이라고도 불린다.

"사도세자의 고백" 이라는 이덕일 저자의 책에서 나는 그 옛날 아버지 영조에 의하여 무참히 뒤주에서 죽어간 사도세자의 마음이 되어서 울면서 이 책을 읽었다.

농사철이 되어서 가두어 둔 논물에는 개구리가 짝을 찾아 울어대고, 앞 산에서는 소쩍새가 소쩍소쩍 울어대는 이 시골밤에 나는 밤마다 사도세자와 영조 그리고 정조를 만났다.

조선의 역대 왕조가 그랫듯히 영조도 왕조의 대를 잇는 아들인 세자가 없었다.

첫째 아들인 효장세자가 열살 되던해에 죽고는 무려 7년간인나 후사가 없었다.

그리고 후궁인 영빈이씨에 의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사도세자이다.

영조의 나이 마흔 둘에 낳은 금쪽 같은 아들은 낳자 마자 세자로 봉하고 영조의 극진한 사랑속에 자라지만 조선의 그 시대가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오직 어느 당론이 임금이 되느냐가 더 관건이 된 당쟁의 시점에서 영조의 아들인 사도세자는 당쟁의 희생물이었다.

아버지 영조는 노론, 사도세자는 소론...이것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있어서는 안될 조선왕조의 불찰이었다.

영조는 당연히 아들 사도세자가 노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와 그리고 권력에 눈먼 장인과 아내인 혜경궁 홍씨에 의하여 무더운 여름날 뒤주 속에서 8일만에 숨을 거둔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던 날 사도세자를 위하여 살려달라고 외친이는 소론의 윤숙과 그리고 아들 정조와 "아버지 소자를 살려 주십시오"라고 외친 사도세자 뿐이었다.

자신의 가문을 위하여 남편을 버린 혜경궁 홍씨는 친정아버지인 홍봉한을 옹호하기위하여 70이라는 나이에 아들 정조에게 이 "한중록'이라는 책을 받친다.

정조는 조선의 임금중에서 가장 개혁적인 인물이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인 노론을 꺾는 길은 수도를 다른 곳으오 옮기는것이다라고 믿었다.

정조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심한다. 개국 초 태조가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긴 까닭은 개경이 신흥 사대부위 정적인 권문 세족을의 세력 기반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제 그 한양은 정조의 정적인 노론의 세력 기반이 되어 있었다. 한양 거리에 늘어선 고대광실과 솟을대문은 모두 노론의 저택이었다. 노론의 서울인 한양에서 임금은 명목뿐인 존재에 불과했다.

정조는 노론의 서울이 아닌 국왕의 서울, 사도세자의 서울, 그리고 백성의 서울을 만들기로 결샘했다. 이는 규장각 설치, 장용영 강화와 함께 정조가 추진했던 왕권 강화 작업의 핵심 사업이었다.

새로운 도시는 수원 화산이다.

거기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영구(시신)가 양주 배봉산을 떠나 수원 화산으로 향했다.

당일 정조는 영우원에 나가 빈전에 곡을 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사도세자가 죽던 날 그 비참한 광경만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정조는 축복속에 태어나 저주 속에 간 아버지의 슬픈 생애를 위로하듯 구슬피 곡했다.

정조는 홍살문 밖까지 걸어와 어가에 올랐다. 그 뒤에 사도세자의 시신을 담은 영여가 있었다.

드디어 사도세자가 자신의 아들인 정조와 함께 새로운 안식처로 떠나는 길이었다.

열 번 죽어도 씻지 못할 원한을 품은 시신이 27년만에 임금이 된 아들과 함께 떠나는 길이었다.

뒤주에 갇히던 날 "아버님, 살려주소서!"하고 빌었던 그 아버지가 "할바마마, 아비를 살려주소서!"하고 호소했던 그 아들과 함께 떠나는 길이었다.

정조는 새로은 도시 화성과 규장각, 그리고 화성을 중심으로 노론의 나라가 아닌 제왕의 나라, 사도세자의 나라, 그리고 백성의 나라를 건설하려 했다. 수원 화성은 실로 정조의 수도이자 사도세자의 수도였으며, 노론의 탐학에 시달리는 백성의 수도였다.

정조는 재위 24년동안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것에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누구보다 외가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정조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책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어머니 혜경궁이라는 점이 벗어날 길 없는 정조의 뫼비우스의 띠였다.

잘라내도 잘라내도 외가라는 원조의 끈이 정조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의 복수를 단행하면 어머니가 울고 , 어머니를 위한다면 아버지가 우는 상황이었다. 어찌 화병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정조는 서두르지 않았다. 정조는 아버지가 노론에게 죽임을 당한 이유 중 하나가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렇게 정조의 가슴 속의 화기는 한두 해 묵은 화기가 아니라 아버지 사도세자가 비명에 간 그 때부터 생긴 화기였다.

정조는 즉위 직후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을 치죄하며 이렇게 말했다.

"임금에게는 개인적 원수가 없다."라고...

그렇지만 진정한 신민의 나라를 세우려던 정조의 꿈은 미완으로 남고 말았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했고 백성을 사랑했던 정조가 재위 24년만에 아버지 곁으로 가고 말았다. 그의 죽음 뒤 에도 "누가 왕을 살해했는가?"라는 물음을 역사에 남긴 채......그의 영여가 운구되고 있었다.

10년 전 아버지 사도세자의 영여가 걸어갔던 바로 그 길이요, 그 곳이었다.

그들의 영혼은 그 백성들의 울부짖음 속에서만 위안을 받고 안식을 얻을 수 있었으며, 그들이 걸어왔던 제왕의 길 역시 그 백성들의 울부짖음 속에서만 길이 빛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