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사연의 오래된 무덤이 많다.
처음에는 무덤의 옆을 지나 들가로 갈라치면 무서워서 꼭 남편과 같이 다녔는데..
이젠 이력이 붙었는지 그다지 무섭지도 않다.
오랜세월 그 자리에서 자기자신이 이 생을 살다가 여기 묻혀있노라고 말하는것같아
어쩔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 비석이나 상석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도한다.
그나마 봄에는 구절초나 이름 모를 풀꽃들과 조화롭게 어울려있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날의 무덤은 을씨년스럽고 맨 몸으로 땅에 엎드려 있는것같아 참 마음이 아립다.
도시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장레식장을 많이 이용하지만 여기는 아직도 꽃상여 타고 저승길을간다.
오늘도 타지에서 생을 다하신 분이 고향산천 찾아 우리마을 뒷산으로 돌아오셨다.
아침부터 구슬픈 곡 소리에 밖으로 나가니 바로 뒷산에 꽃상여 행렬이 지나간다.
연세드신 어머님도 꽃상여 행렬이 지나가면 자연 얼굴이 굳어진다.
이젠 죽음만을 바라보고 계신 노인네들로선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리라...
한 번더 부모 모심을 가슴에 새기는 날이다.
생의 기억들은 질기고도 질긴 세월이건만 저승길은 단 하루의 꽃상여 행렬로 나의 기억에 새겨질것같다.
저렇게 가버리면 다시는 올 수없는 길인것을 사람들은 살면서 천년만년 사는것처럼
악을쓰고 욕심을 부리며 살려한다.
올 겨울도 서너번의 꽃상여를 보았다.
저승길 가는 꽃상여를 보고 있노라면 어찌 세상을 내 마음 가는대로 살 수있으랴..
한번 보는 꽃상여도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데 하물며 이 겨울 서너 번의 꽃상여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조목조목 들이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