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바람이 무지 춥게 느껴지는 오후...
따뜻한 햇빛이 방안을 비추고 얇은 이불만 덮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방안공기..
그 방안의 주인공인 쥔장과 아낙.
쥔장은 위성 티비에서 나오는 호주 남자테니스 단식경기를 보고있다.
아낙은 한참 아버님께 배운 입춘대길 쓰는 중..
참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다.
직장생활에서는 느낄 수없는 여유로움..
직장생활에서의 바쁜 모습과 언제나 술에 절여서 들어와 잠깐 눈 붙이고 다시 일터로 나가는 셀러리맨생활에서는 느낄 수없는 이 여유를 나는 남편에게 제공하고있다.
도시생활에서의 편안한 문화생활도 화려한 잠깐의 유혹도 없는 그저 밋밋한 산골생활이지만 군불 지피면서 쪄 내는 고구마 한 양푼이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가족들..
더 무슨 욕심과 고통으로 번민하리...
내일이라도 이 자리 내 놓으라면 내 놓아야 할 자리..
내가 가고 나면 나를 위하여 울어줄 이가 너무나 많음이 부자인 아낙..
자식교육과 시골생활의 힘듬을 이유로 젊은이가 떠나버린 산골마을..
누군가는 살아야만 시골이란 말과 고향이란 말이 없어져버리지않겠지만...
타지에서 고향을 찾은 친지들은 젊은사람이애들도 어린데 이런 시골에서 산다고
동정의 눈길을 보낼때가 있다.
처음에 그 동정의 눈길에 나 자신이 빠져들때도 있었지만 이제는그런 동정도 거뜬히 웃어서 받아 넘긴다.
보기에 따라서는..
젊은사람이 애들도 어린데 이 시골에서 이러고 사는게 한심해 보일 수도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는것이 잘 사는것인지 몰라서 그럴것이다.
한번쯤 세상에 욕심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텅 비어버린 들녁을 바라본다.
내 마음은 한없이 비워진다.
텅 비어있지만 언젠가는 채워질 저 들녘..
그 채워짐이 욕심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하여 쓰여질 그 무엇들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