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죽에 사랑의 마음을 싣고 | ||
| ||
어머님은 몸 차가운 며느리가 안쓰러웠던지 지나 다니시던 들길에서 익모초와 인진쑥을 거두어 여름 볕에 차곡차곡 말리시더니 그걸 가지런히 정리하시어 호박과 같이 액기스를 내신다며 호박을 골루고 계셨다.
옆에 앉은 나는 '어머님 이 누런 호박은 죽 해 먹었으면 좋겠네요. 이 것은 말려두었다가 호박오가리 해 먹었으면 좋겠고, 또 이것은 호박떡 해 먹었으면 좋겠고.....등" 호박 하나에 해 먹고 싶은것도 많은 며느리가 우리 어머님은 이상도 하시리라..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럼 오늘 호박죽이나 쑤어 먹자" 라는 어머님 말씀에 나는 얼른 칼을 들고 와서 호박을 깎습니다. 애호박일때는 야들야들한게 여간 맛나지않던 호박이 왜 이렇게 딱딱한지 호박 껍질 벗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한동안 호박과 씨름하여 드디어 호박을 다 깎아서는 혼자 박수를 쳤습니다.
얼마나 호박껍질 깎기가 힘이 들었으면 시어머님이 옆에 계신데도 박수를 쳤을까요? 호박 한 덩이를 나박나박 썰어서 큰 들통에 넣고 푹 삶았습니다. 어머님은 푹 삶아서 으깨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믹서기에 스르륵 갈아서 부드럽게 만든 후 다시 불에 올려서 끓을때 쌀가루를 넣고 젓다가 검은콩 삶은것을 넣어 더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하여 맛난 호박죽을 만들었습니다. 노란 호박죽에 검은 콩이 떠 있는게 여간 맛깔스럽지가 않네요.
그 날 점심은 노란 호박죽으로 우리 모두 호박덩이만큼 행복하였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행복은 무엇일까요? 행복을 멀리서 찾지말고 내 주위에서 찾으라고 하였는데 오늘 이 호박죽 한 그릇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한것 같습니다.
나는 만들어서 식구들 맛나게 드시는것 보고 행복하고, 어머님 아버님은 옛날 생각이 나신다면서 맛나게 그릇을 비우시면서 행북하셨을테고, 남편은 이런 모든 과정이 행복하였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항상 엄마의 손으로 만들어주는 간식이 있어 행복할것이고(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일거다. 우리 아이들은 사가지고 먹는 간식이 더 맛있을것 같다)... 시골아낙은 크게 욕심 내지 않는다. 돈도 이제는 많이 벌어야지하는 생각도 아니다. 아끼며 모아도 돈이란건 내가 싫으면 떠나버린다는것을 경험한 나는 조그마한데서 행복을 찾고 살고 싶다.
그래서 아직 우리 농산물을 가지고 가서는 아직까지 입금을 하여 주지 않아도 돈을 언제 부쳐줄 수 있는지 전화도 한 번 안하고 산다고 남편은 핀잔이다. 그러면 항상 나는 이런다.' 다 줄 때 되면 부쳐 줘요' 라고 한 마디 한다. 그게 끝이다. 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이... 나의 농심을 알아서인지 많이( 한 6-7개월) 늦기는 하지만 아직 떼인적은 한 번도 없다.
어제는 우리집에 할머니 손님이 많이 오셨다. 어머님이 계시니 친구분들이 자주 오시는데 모두 함머니손님이시다. 큰집에 사기형님댁, 뒷집에 아주머니, 동이네할머니,작선아주머니 그리고 택배아저씨까지 우리집에 호박죽을 드셨다.
모두 연세 드신 분들이라 음식 해 드신다는게 그저 그렇다. 혼자 사시는 노인네들이라 드시는게 뻔한걸 아는 나는 어머님께 마실 오시면 있는것 없는것 다 어머님방에 들여 보낸다. 어제는 호박죽과 묘사 지내고 남은 떡을 녛어 드렸더니 드린것보다 칭찬이 배로 돌아오더이다.
자그마한 나의 마음이 적적한 노인네들에게 더할 수없는 기쁨이리라... 우리붉은고추를 항상 가져다가 소비자들께 전하여 주시는 택배아저씨도 배 고플까봐 한 그릇... 큰 들통에 가득이던 호박죽이 오늘 아침 나의 아침으로 끝을 맺었다. 나는 시골에서 노인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그 분들이 얼마나 사람이 그리운지를 알았다. 우리 대한민국의 아줌마들 시어른들이나 친정어머니나 모두 똑 같습니다. 내가 마음 한 번 비우고 당신네들을 대하다 보면 그게 모두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거름으로 되돌아올것입니다. 작은 나의 마음 베품이 배로 되돌아와 우리 아이들에게 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까울것이 없을것같다.
|
한 여름 우리집 담벼락 위, 윗 채 기와집 위나 그리고 우리의 일터인 들 가의 아무데나 나뒹굴던 애호박이 결실의 가을에 누런호박으로 여물어 우리집 자산으로 열 몇덩이가 차곡이 창고에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