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토요일에......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마음이 어딘가 모르게 젖어 들게 마련이다.
아이들도 오늘은 점심도 먹지 않고 올것이고 어머님 방에도 군불이 필요할 시기이다.
비가 오니 몸이 찌뿌등하여 등허리 방에 붙이고 누웠다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다
싶어 얼른 며칠 전 캔 고구마와 시누이가 부쳐준 밤 그리고 추석때 먹고 남은 송편이
아직 냉동실에 있다싶어 이것저것 챙겨서 어머님 50년지기인 가마솥에 장작을 지폈다.
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참나무가 타는 향기가 좋고,구수한 찐 고구마 냄새가 좋다.
한 동안 불이 들어가니 가마솥은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내 뿜는다.
이 정도되면 가마솥에 있는 내용물이 익었다고 보면 된다고 어머님이 가르쳐주셨다.
이 정도되면 더 이상 장작을 넣을 필요가 없다. 그러면 나 만의 작업에 들어간다.
일명"고추말리기'
참나무가 내 뿜는향내와 장작불의 절묘한 만남이 여자들의 아래를 쪼이면 좋다고하여
나는 장작불만 지피면 아궁이 앞에 앉아서 이 작업에 들어간다.
참나무장작불의 뜨뜻함이 아이들 둘을 낳은 산고를 겪은 나의 아래를 포근히 감싸안는다
하루는 이러고 앉아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우리 아들이 옆에 앉으면서 묻는다.
"엄마 왜 이러고 계세요"라고 그래서 나는 아들의 귀에 대고 소근그렸다.
"응 엄마 지금 고추 말리는 중이라고"
그러자 우리 아들녀석이 마당에 널린 고추를 가르키며 하는 말
'엄마 저기 있는 고추를 어떻게 여기서 말리느냐고... '
나는 더 이상 아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엄마의 말을 이해할 때가 올것이라고...
그 날 오후 우리집 식구들은 고구마와 찐 밤으로 점심을 때웠다.
'휴! 오늘도 점심 하루 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