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볕이 너무 좋아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고있는데 우리집 봄(강아지)이가 짖어 대길래 밖을 보니 택배아저씨가 오신다.
'어! 웬 택배야' 하며 의아해하는데 배 한상자를 내려놓으신다.
감사하다며 받아 마루에 놓고보니 광양에 사는 시누이가 배 한 상자에 밤 두어대를 같이 넣어 보내왔다.
아가씨의 마음이 보여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아가씨 배가 왔네!. 아가씨도 힘든데 이제는 이런거 사 부치지 말어.."
'벌써 갔어? 빨리도 갔네. 별거 아냐 맛있게 먹어주기만 하면 돼..." 목이 메인다.
고모부가 두어달 쉬어서 가계가 빠듯할텐데 여기는 배가 없다고 꼭 한 해에 배와 단감을 사서 부치는 시누이...
우리가 들어오던 첫 해.
오빠와 언니가 힘들거라고 세세하게 신경쓰며 일손부터 먹거리까지 신경쓰며 보내주는 시누이가 있어 내가 이 어려움을 참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힘들고 어려울때 내가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다고 느껴질때면 꼭 이런 고마움이 전달되곤 하여 나의 마음을 붙잡아 매어두곤 하였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건만 해 마다 행사처럼 이 맘때가 되면 택배차가 온다.
나는 안다. 내 마음을 알고 그리고 시부모님을 잘 모셔달라는 뇌물(?)이라는것을...
아이들은 고모가 이렇게 보내주는 마음을 알고는 광양고모가 최고라고한다.
그리고는 먹을것만 있으면 '엄마 지미고모 좀 부쳐 드려' 한다.
이게 가족의 끈끈한 정인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작은 마음이 모여 모여 우리네의 가족의 끈끈함이 되는것같다.
장남이건 차남이건 간에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이라면 나를 버리고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많다면 그리고 나누어주는 마음이 많다면 결코 욕 먹지 않는 며느리가 되지않을까.....
오늘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에 아가씨가 보내준 토실토실한 밤을 어머님방 가마솥에 쪄내어 따끈따끈한 온돌방에서 우리 온 식구 밤을 까먹어야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