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우리 네 식구는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 의성으로 찾아들었다.
참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고향과 부모님은 우리를 포근하게 받아들어주었다.
세상 모두라고 믿고 의지해오신 큰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시어머님은 자꾸만 쓰러지셨다.
멀리서 들리는 어머님의 쓰러짐은 남편의 마음을 흔들고, 형님의 사고를 그 자리에서
목격한 남편 또한 생활의 안정을 찾지 못하였다.
그리고 남편의 한 번의 흔들림은 우리 가족의 조그마한 행복을 깨고는 지금까지의 소중히 일구어온 가정의 울타리를 허물지경까지 왔다.
크게 부자는 아니지만 조금씩 쌓아온 가정의 돌탑을 허물어버린 남편을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아이들과 허물어져가는 남편,그리고 병든 시부모님..
과연 내가 이들을 버리고 도망칠 수있을까? 아니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들을 버리고 가기에는 나는 경상도말로 너무 '벅수'였다.
내 자신이 이들을 버리면 이제 이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영원한 노숙자였다.
나는 지금 이 영원한 노숙자들과 살아가면서 울고 웃고 아파하면서 인간의 영원한 주제
'가족'을 만들어 나간다. 흙과 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