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는 잘 받아보았다. 답이 늦었다. 니 에미와 나는 잘 있으니 걱정말거라. 그나저나 객지에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새학기 등록금은 상경하는 느그 삼촌편에 보냈고, 물표를 동봉하니 쌀은 역에가서 찾거라. 니 에미는 나보고 한번 다녀오라고 하지만 농사철이 다가오니 쉽지 않구나. 주인집 내외분께 안부 전하거라. 건강에 유념하거라. 밥이 보약이다. -우수(雨水)에 애비가 쓴다.”
객지에서 받아보는 고향의 편지는 늘 물기가 어렸다. 아무일 없다는 듯 담담하게 써내려간 편지글. 하지만 아버지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애를 태우셨고,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밤마다 눈물바람을 하셨을 것이다. 객지의 아들은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고향과 부모와 친구에 대한 정이 사무쳤다. 편지를 받은 날은 고향쪽으로 머리를 두르고 잠을 잤다.
밀봉된 편지 속에서는 감정이 익고 생각이 숙성되었다. 그 편지와 편지 속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누군가의 손으로 내 이름이 또박또박 쓰여진 편지는 지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편지가 정말 귀해졌다. 사람들은 편지를 쓰지 않는다. 전화가 너무나 간단하게 상대를 불러낸다. 모두들 날 것을 선호한다. 문자메시지와 e메일이 실시간 감정을 실어나른다. 거리에 서있는 우체통,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눈에 잘 띄게 빨간 옷을 입었지만 사실은 버려져 있다. 저 우체통에서 꺼낸, 그리고 우체통 속으로 들어간 그 많은 사연들은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사진 노재덕 포토에디터|글 김택근 편집국부국장〉
받아본 기억도 써본 기억도 너무 아련한 편지
봄이 온다는 소식을 편지로 써 오랜 친구에게 보내볼까나......그리운 희망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