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는 몰랐다. 니가 내뱃속에 있을적에 술에 만취한 군인이 즈그집인줄
알고 현관문을 부수고 집에 들어와 내 배를 발길질로 여러번 차서
내는 니가 죽는적 알았구마... 맨발로 아부지 부대까정 몇십길을 달려 갔재. 느그 오빠야 등에 업고 죽어라 뛰었다 아이가...
저 멀리 부대가 보이고 정신을 잃었부재.
그때 내는 니가 잘못 될까봐 웰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눈을 떠 보니 서울의 큰 병원이더라.
의사 선생님 말씀이 니는 못산다 하드라.
산모랑 아가랑 둘다 위험하니 아가는 포기하라고 하데.
하지만 내는 니를 포기할 수 없었구만...
내 뱃속에서 발길질 하는 니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었겠노.
니는 내 새끼 아이가? 어떻게던 낳겠다고 고집을 부렸었지?
아부지도 힘들지만 견뎌 보자 하셨지?
엄마는 위험한 고비 고비 그렇게 어럽게 니를 낳았다 아이가?
낳고 보나 조그만 몸에 온몸이 시퍼런게 멍 투성이더라.
첨엔 그게 몽고 반점인줄 알았는디 아이다 아이가?
그땐 술에 만취한 군인이 내 배를 둘고 차서 그때 니가 멍이 들었나보다.
오랜시간 병원에 있다 보니 니는 계속 아프기만 했재.
위험한 고비 넘기면 또 다른 합병증에... 오랜 병원생활을 했구만...
그래도 내는 좋았데이. 니가 내 젖을 힘차게 빠는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재. 느그 아부지는 니가 정상으로 자랄꺼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재.
하지만 니는 내 딸인기라. 아부지 걱정과는 달리 곱게 잘 자라서 시집 가서 아들, 딸 낳고 사는 거 보니까 내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니만 행복하면 되는기라... 그때 빛을 참 많이 졌었다.
그거 갚는다고 느그 아버지 외향어선을 안 타셨나?
바다에서 니가 보고 싶을때도... 그리움이랑 외로움이랑 싸우며
잘 살아보겠다고 웰마나 애 쓰셨는지 니는 모른다.
언젠가 니가 그러더만.... 철 없는 것이 칼라 텔레비전 하나 사달라고...
칼라 텔레비전 없는 집은 우리집밖에 없다면서 느그 아버지한테 편지를 쓰더라. 내는 속이 속이 아닌기라...
망망대해에서 고기 잡으며 잘 살아 보겠다고 애 쓰시는 느그 아부지 불쌍해서 눈물이 나는데 철없는 년은 칼라 텔레비전 사달라고 울고 불고...
내는 그때 니가 참말로 미웠데이. 느그 아부지 몇주일 있다 한국으로 휴가 나오셨을적에 칼라 텔레비전 사가지고 오셨더라.
딸내미 말이라면 다 들어 주었재. 니는 우리한테 참 소중한 딸이었데이.
느그 오빠야 사달라는 것은 못 사줘도 니는 다 사줬다 아이가? 니는 모른다. 니가 시집간다 했을적에 아부지가 얼마나 우셨는지?
막내로 곱디 곱게 키운 딸이 아무것도 모른것이 맏며느리로 시집 간다고 하니...
아부지랑 내는 걱정이 많았재. 사랑 하나만 믿고 살기엔 니가 너무 약해 보여서... 아프신 시어머님 병수발을 니가 어떻게 감당할지...
시누이, 집나간 시동생은 어떻고...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내는 니가 좋은 집에 시집가 편하게 살길 바랬다.
니 살 빠진 모습만 봐도 에미는 무너지는기라. 즈게 사랑 하나만 믿고 시집 가더니 고생해서 반쪽이 되 버렸다고... 내 새끼 반쪽 되었네...
니가 친정 왔다 가면 내는 니가 한없이 가여워 눈물이 줄줄 난다 아이가?
잘 살그래이. 싸우지 말고 사랑하며 살거래이. 니는 난중에 복 받을끼다.
내 딸내미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니가 착하니까 착한 복 받을끼다.
시집살이 힘들고 맵다지만 니는 내 딸이다. 내가 배 아파 낳아 기른 내 딸이니까 잘 이겨낼끼다.
엄마는 믿는다. 아이구 내 새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전화해라.
엄마가 만들어 줄게. 남편, 아가들만 챙기지 말고, 니 몸도 돌보며 살아라. 반쪽이 됬네. 내 새끼 반쪽이 되어 버렸어.
어예쁜 내 새끼가 반쪽 되어 부렸네. 많이 먹그래이.
엄마가 김치 담았으니 엄마 정성 생각해서 세끼 다 먹고 건강해야 한데이.”
친정집에 갔다가 어머니의 넉두리를 들으며 나는 눈물을 훔쳤다.
우리 집으로 돌아 오는길... 왜 이리 가기가 싫은지?
여기가 내 집이었는데... 어머님의 넉두리에 잘 살아야지... 잘 살아야지... 잘 사는 모습 보여 드리는게 효도지... 결심했습니다.
어머님 당신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절 낳아 주셔서 곱게 키워 시집 보내 주셔서 시집 가서도 늘 어머님께 걱정음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