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기본 주제방 2004/08/26 13:09   http://blog.azoomma.com/bada3599/154518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을 다하여서...

영원히 우리들 곁에 계실줄 알았습니다.

이젠...

한 장의 흑백사진이 되어 거실에서 우리들을 보며 웃고 계십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낳아주셨고, 30년동안 바르게 길러 저에게 보내 주신 분!

저에게 사랑하는 님의 주셨고, “ 아가야 !” 늘 다정하게 불러 주시던 분...

어머님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농사 지으신 빨간 고추를 널어 말리면서 “ 아가! 시집살이 맵재. 청량고추보다 더 매운것이 시집살이다. 내는 니보다 더 일찍 시집을 왔는기라. 내나이 스물에 시집 왔으니 일찍 결혼을 했재. 경북 봉화 법전에 시집 와보니 나이 어린 시동생, 시누이들이 많았데이. 내가 업어서 키웠다 아이가? 도시락 사 주며 학교 보냈고, 시부모님 모시고 농사 지으면서 그때 참 열심히 살았구만... 그래도 니는 나보다 낮재. 고추가 참 잘 익었구만... 내가 잔정이 없어서 살갚게 대해 주지 못한다. 미안타! 니가 할 일이 많구만... 내 죽고 나면 느그 아버지 봉양 잘 하그라. 엄마는 니만 밉는데이. 니는 잘 할끼다. 한눈에 내새끼(신랑) 이쁜 것 알아 본 귀한 사람이니까 니는 아마 잘 할끼다. 내가 니한테 가르쳐 주고 싶은데 참 많은데 오래 살면 좋을끼고만... 내 병이 깊어서 니랑 오래 있을수 없을것만 같다. 고추 말리는 것도... 고구마 줄기 벗기는것도... 느그 아버지 뭐 좋아하시는지... 가르쳐줘야 할게 참 많은데 내 몸이 성치 않으니... 니 힘들재. 내 땜씨 더 힘들끼고마. 병든 시어머니 모시고 산다고 욕본다. 니가 그래도 마음 하나는 착해가지고 내는 니만 믿는데이.”


어머니는 그날 고추를 말리면서 참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어린시절 개구쟁이 모습도... 무섭고 바른말 잘하는 시누이의 모습도... 어버지가 뭘 좋아하시는지... 하나씩 일러 주셨지요. 청량고추보다 더 맴을꺼라던 시집살이는 제겐 기쁨이었습니다. 힘들어 운적도 많았지만 잔정이 없다며 살갛게 못해줘서 늘 미안하다던 시어머님 그 마음을 알기에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님은 오래도록 옥상 한켠에서 고추를 말리면서 제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족으로 하나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젠 떠나시고 아니 계시지만 그래도 제 가슴속엔 어머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남아 지혜를 발휘할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어머님이 많이 그립습니다. 옥상에 빨래를 널러 갔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고추를 말리고 계셨습니다.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님도 고추를 저렇게 아름답게 말리셨지... 뜨거운 태양아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앉아 오손 도손 고추를 말리며 정답게 이야기 하던 그날이 문득 그리워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 많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