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집에서...
기본 주제방 2004/07/26 02:45   http://blog.azoomma.com/bada3599/145953

향기는 감자탕을 참 좋아합니다.

아플때도.... 힘이 없고, 꿀꿀한 날에도 감자탕이나 뼈다귀 해장국 하나면

언제 그랬나는듯 기운을 차리니까요...

 

향기의 감자탕 사랑 역사를 공개 하겠습니다.

연애시절부터였습니다.

가난한 내남편 연애시절 주머니 걱정이 되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걸 먹자니 담배값도 부족할테고...

참고로 향기가 좋아하는 건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 스테이크였습니다.

 

매일 제가 좋아하는 걸 먹으려니 미안하더군요.

오늘 나 맛난거 사주면 내일 내 남편 쫄쫄 굶을텐데... 걱정에...

" 보이소 ! 오늘은 당신 묶고 잪은거 먹어예? " 한마디 했죠.

그때부터였습니다.

 

우리집 외식 당골 메뉴 ? 돼지국밥... 뼈다귀 해장국.... 감자탕...

 

연애시절 지겹도록 다닌 당골집이 돼지국밥집이었고,

첫애 가졌을때도, 둘째 아이 가졌을때도 열심히 몸보신 한 곳이 감자탕집이었습니다.

이상하게 감자탕, 뼈다귀 해장국, 돼지국밥만 먹으면 입덧이 멈추곤 하였습니다.

 

그때 쓴 감자탕값만 모았어도 부자 됬을텐데....

 

얼마전 감자탕 집에 갔었습니다.  제가 많이 아팠거든요.  그래서 없는 돈에서 감자탕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건희랑 재희도 엄마 닮아 감자탕 무지하게 잘 먹습니다.

4살밖에 안된 놈이... 돌밖에 안된 딸내미 매운 줄도 모르고 감자탕 고기 맛나게 쭉쭉 빨아 먹습니다.

 

남편이 먼저 먹고 재희 데리고 집으로 돌아 간후 저는 느긋하게 감자탕을 뜯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감자탕은 손으로 뜯어 먹어야 맛 있습니다. 우아하게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면 감자탕 맛도 버리고,  뼈속까지 든 고기 발라 먹기란 힘이 들죠.

 

감자탕을 개걸스럽게 먹고 있는데 호기심 왕성한 아들의 질문이 시작 되었습니다.

" 엄마 저게 뭐야? "

칸막이에 금연 포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 응... 저거는 담배를 피지 마세요...란 표시야."

" 담배 피면 안되? "

" 응... 식당이니까... 담배는 밖에 나가서 피는거야... 몸에도 안 좋은 담배 왜 피는지 몰라."

 

그때였습니다. 옆에서 식사하시던 아저씨들 하얀 담배를 꺼내더니 라이터에 불을 붙혀서 뻐끔... 뻐끔... 피시더군요.

울아들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 아저씨 저거 보세요. 담배를 피지 마세요. 몸에도 안 좋은 담배 왜 피세요. 밖에 나가서 피세요?  담배를 피지 마세요 몰라요? "

에미인 저 얼굴이 붉어지고, 무섭더군요.  우락 부락한 아저씨들 뭐라 그럴까봐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미안하다며 인사를 하는데... 

 

울 아들 계쏙 외치더군요. " 담배를 피지 마세요." 누구 아들인지 몰라도 똑소리가 나죠.

하지만 문제는 금연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은 칸막이 안쪽이었거든요.

그걸 설명 못한 저에게 책임이 있었죠.

하지만 옆에 아저씨 울 아들 등살에 담배를 끄더군요.  찬물을 끼얹은듯 무섭고 험학한 분위기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저씨 일어서더니... 두근...두근... 향기 심장이 뚝.... 10년 감수 했습니다.

" 고놈.... 참 똑똑하네... 아저씨 담배 안 필께..."

휴~~~~~~~~~~  식은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울 아들 아저씨 한마디에 의기양양해져서 엄마에게 자랑을 합니다.

" 엄마 내가 아저씨 혼내줬다. 담배 피면 안되는데 담배 펴서 담배 피지 말라고 말했다."

저는 머리 쓰다 듬어 주며 잘했다고 하면서도 옆 테이블 아저씨들 눈치 보면서 미안하다고 계속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죠.

 

4살짜리 아들 맞나요?

아이고 머리야....~ 이럴때 웃어야 하나요... 울어야하나요?

그래도 내새끼 장하다... 옳은 말 했는데...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