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하고 나서 아이들이 잔병치례를 많이 한다.
마음이 아프다.
밤마다 마른기침을 하는 건희를 볼때면 마음이 무겁다.
지금도 옆에서 새근 새근 자면서 마른기침을 쉬지 않고 한다.
내일 또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
재희도 자면서 밤에 많이 운다. 칭얼 칭얼 보채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난 밤잠을 설친다.
어떤날엔 편두성이 부어서 고생한적이 있었고,
어떤날엔 작은 놈이 중이염 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내가 일을 하는게 옳은 일인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은 일이 끝나고 건희 데리고 간 시간에 학원 버스와 타이밍이 맞지 않아
건희를 만나지 못했다.
결국 미술학원까지 데리러 가서 건희를 데리고 나오는데 녀석이 배가 고팠던가 보다.
어디선가 풍겨 오는 구수한 내음새~
"엄마 통닭 사주세요. 통닭 먹고 싶어요."
울고 싶다. 지갑은 바닥이 난지 오래였고, 남편 월급은 아직도 나오지 않는다.
사 주고 싶어도 내 주머니엔 동전 몇잎뿐... 서글프다.
아들이 먹고 싶다는데... 사 주지 못하는 에미의 마음을 알까?
아들은 큰소리로 울먹이며 통닭 사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 엄마 다음주에 월급 타면 건희 좋아하는 통닭 많이 사줄께... "
길거리가 떠나 가도록 울면서 통닭 타령하는 아들을 한대 쥐어 박으며 집으로 돌아오는길 발걸음이 무겁다.
집에 와서도 녀석은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내 가슴엔 슬픈 소나기가 내린다.
저녁에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에게 통닭 사건을 이야기 해 주었더니 남편이 만원짜리 지폐를 한장 내민다. 아들 놈이 먹고 싶다고 투정 부리는 게 참으로 측은하고 애처로웠는지 컴퓨터 A./S 나간 뒤 받은 돈을 아들을 위해 쓴다.
남편은 부업을 한다. 컴퓨터 수리, 설치... A/S, 업그래이드... 컴퓨터 박사 내 남편.... 이 오늘따라 자랑스럽다.
통닭이 그렇게도 좋았던가? 아들은 정말 통닭이 먹고 싶었나보다.
자면서도 한 손엔 먹다 남은 통닭이 쥐어져 있다.
꿈속 여행을 하면서도 한입 베어 물며 통닭쏭을 부르겠지?
통닭 좋아... 통닭 좋아... 통닭 주세요... 더 주세요.
나도 통닭을 좋아한다. 하지만 참았다. 우리 건희 두고 두고 많이 먹으라고...
먹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참았다. 그 대신 밥 한숟가락 넣는다.
밥이 보약이야... 통닭 보다 밥이 맛있다.... 세뇌 하지만...
아들의 손에 들린 통닭에게 눈길이 간다.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 통닭 많이 먹고 무럭 무럭 건강하게 자라렴.
향기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예전에 어린시절부터 나에겐 만병통치약이 있었다.
아플때면 엄마는 통닭을 사다 주셨다. 거짓말처럼 통닭을 먹으면 아픈데가 다 낳았다.
약보다 더 맛있었던 통닭...
스무살이 되고 경북 구미 삼성전자에 근무할때도 내가 아플때면 오라버니는 늘 찜닭을 사다 주셨다. 먹고 힘내라고 내 동생 아프지 말라고 오라버니 속상하다 하시며 찜닭을 내 손에 쥐어 주곤 하셨다.
삼계탕도 좋고, 치킨도 좋고, 훈제구이도 좋고... 나는 닭이 좋다.
하지만 오늘은 통닭이 나를 울렸다.
남편이 준 만원짜리 지폐도 슬프고, 아들의 손에 쥐어진 식어 버린 통닭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