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 ||
| ||
지난 목요일 저녁 이후 체한 기가 가라앉지를 않는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이렇게 체해서 고생을 하는데.. 위 내시경을 해도 별반 문제가 없단다. 한의원을 가면 '식체'가 아니고 '기체'라고 한다.. 기가 막힌거라던가? 스트레스 받고 신경쓸게 많고.. 뭐 그런게 있으면 '기체'가 된다고 하는데.. 막상 체하고 돌이켜 '내가 무슨 특별히 신경쓰는일이 있었나?' 되짚어 봐도 이렇다할 한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늘 그렇듯 회사살림, 그리고 집안일, 아이들.. 남편.. 이런 문제들.. 항상 머리속을 꽉꽉 채우고 있는 그런 일들... 특별히 다른 일이 있었다면 둘째아이 학교 엄마들 사이에서 일어난 약간의 오해들이 좀 있긴 했지만.. 그게 그렇게 체할 정도의 사건은 아닌데...^^ 암튼 또 체했다. 목요일 약먹고 금요일 약먹고.. 효과 없어서 아래층 한의원에 내려가서 '침'을 맞았다. 보통은 침을 맞고 나면 뻥 뚫리더만..^^ 어떤 때는 약 사먹는 것보다 '침'한번 맞으면 7,000원이면 되는데... 그게 더 빨리 낫더라만.. 이번엔 침도 효과가 없다. 토요일 아이 친구 엄마가 '침통'을 사오라고 시킨다. 그 엄마가 손가락을 따주었다. 좀 뚫리는 듯 싶더지 저녁먹고 일요일 아침이 되니 또 매한가지다. 엄마 생각이 났다. 나이 마흔이 넘어... 친정엄마의 손끝이 그리워졌다. 어릴 때 체끼가 있으면 엄마는 팔을 훑고 몸을 훑어 내려간 후 실로 손가락을 동여매고 바늘에 콧김을 쐰후 콕!! 찔렀다. 그랬던 엄마의 손길이 생각나, 일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엄마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훑어내려주고 내가 땄다. 엄만 이제 무서워서 싫단다. 엄마가 해주는 찰밥을 먹고, 엄마가 싸주는 '배추김치, 총각김치, 무장아찌, 된장, 고추장'을 한 단지씩 담아들고 집으로 왔다. 냉장고가 그득하다... 엄마가 지어주는 따뜻한 밥에 된장찌게.. 얻어먹고 와서는.. 오후에는 내 아이들 겨울 옷을 사주었다. 티셔츠 2개에 바지 하나씩... 우리 엄마도 아빠도 나 어릴 적에 겨울이 되면 그렇게 시장에 데리고 나가 옷 한벌씩을 사주었다. 때로는 얻어입기도 했고 언니 옷을 물려입기도 했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사주던 그 시장통의 옷가게도 생각난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나이 마흔이 넘어도 철이 없는 나는 엄마에게 김치를 얻어먹고 된장/ 고추장을 얻어먹는다. 그리고 든든한 속을 하고는 내 자식들 옷을 사러 쇼핑을 간다. 에휴...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그냥 맘이 좀 무겁다. 그래서그런가? 오늘은 머리도 무겁다. 겨울.. 더 추워지기 전에 아빠께 따뜻한 겨울옷 한벌 장만해드려야 하는거 아닌가? 지난 주에 엄마는 필요하다고 해서 누비외투랑 바지는 사드렸는데..^^ 그러다보면 시어머니, 아버지도 생각나고... 이참에 겨울 내복이라도 장만해드려야겠다. 양가 어른들...^^ 그러고나면 이 속도 좀 가라앉으려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