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 속마음 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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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명절을 보내며 회사 가족들에게 떡값을 나누면서 늘 해마다 그렇듯이 편지를 한장씩 넣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되세요'.. '가족과 함께 건강한'... '음..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함께 하는 명절..' 여러가지 말들이 생각났다. 늘 판에 박힌듯한 인사말... 어찌보면 봉투를 뜯는 사람 입장에서는 흘깃 보고 버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는 인사인데 마음이 담겨있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마음은 담겨있는데 그 맘이 잘 전달될까 하는 생각.... 그래서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써보기로 했다. 내 개인의 생각이라 다른 사람도 공감할런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부모님에 대해 새로이 생각한게 있어서.. 그걸 공유하고 싶었다. 누구나.... 다 부모님 마음을 다 헤아린다고 애는 쓰는데.. 그게 실제로 잘 안되는것 같다.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게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는 거.. 그거 아닐까 싶다. 어제는 친정아버지와 사위들이 술을 한잔하면서 여행과 낚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빠가 낚시를 좋아하시는 것은 알았지만...
"낚시? 좋아했지... 결혼 전에는 주말마다 낚시를 다녔지" "근데 왜 안했냐구? 얘들 키우느라 뭐 그럴 정신이 있었나.." "바다낚시? 해봤지.... 그물 낚시? 해봤지... 그래.... 좋지..."
친정아버지의 그런 말씀을 들으며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애써오신 아빠의 인생이 확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이제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그간 못해온 뭔가를 하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다. 형부 왈, "장인 어른은 신체나이 50 이십니다"....^^ 아버지 신체나이가 50이실 때 구경도 많이 시켜드리고..... 자식 키우느라 미뤄놓았던 일들도 많이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은데..... 그걸 맘 만큼 다 해드릴 수 있을지... 늘 부족한 게 자식이다...
참고로 지난번 써놓은 명절 편지글을 올려본다.... 나의 젊은 외숙모님께서.. 올려놓으라고 하셔서^^ *****************************************************************************
올 추석에는 부모님의 속 마음과 대화하세요.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는 오랜 동안 앞머리가 없으셨답니다. 흔히 얘기하는 ‘대머리 아저씨’가 바로 저희 아버지셨습니다. 어릴 적 그런 아버지께 “아빠, 아빠는 세수할 때 그럼 어디까지 하는 거야?” 라고 철 없이 묻곤 했으니 아마도 아주 어릴 때부터 저희 아버지는 대머리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버지의 대머리는 당연한 것이었고 한 번도 아버지에게 가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외출하실 때면 늘 멋스럽게 ‘모자’를 쓰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아버지께 ‘가발’을 맞춰 드리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돈을 허튼 곳에 사용하지 않는 구두쇠 소리를 들으셨던 아버지이신데, 이번에는 좀 다르셨습니다. 지점장이 권해주는 가발의 종류 중에서도 당신을 위해 가장 좋은 것, 가장 비싼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아버지, 한 달 반이나 기다려야 한다는데 기다릴 수 있어요?” 라고 물으니 “아, 거… 평생을 기다렸는데 까짓 그걸 못 기다리냐?” 하시는 거였습니다. “아버지, 이젠 모자 쓰면 안 되요. 머리 눌리니까..” 그랬더니, “허, 참, 모잘 이제 왜 쓰냐? 나 이제 모자 필요 없다! “ 하시는 거였습니다.
그 동안 아버지가 모자를 좋아하시는 줄 알고 여름이면 시원한 베레모에 겨울이면 따뜻한 베레모, 중절모… 사다가 바치던 딸이 얼마나 야속했을까요? 아버지에게 필요한 건 멋진 모자가 아니었음을 나이 사십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자식은 부모 마음을 절대로 헤아릴 수가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친정 소식 통에 의하면, 아버지는 가발을 맞춘 그 날 이후로 “ 난 이제 새 인생을 사는 거다! “ 라시며 연신 이덕화가 나오는 그 회사의 팜플렛을 들여다 보신다고 하십니다. 그 좋아하시는 약주도 안 드시고 말입니다.
여러분,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과 더 가슴 깊은 이야기를 한 번 나눠 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록 우리가 그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손이라도 한번 더 잡아보시고 한번 안아도 보시고... 그러면 속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추석을 쇠고 돌아 오면 우리 정원의 감도 오렌지 빛으로 익어가겠지요?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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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번 명절에는 친정아버지과 술한잔 하면서 몇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아빠가 낚시를 무척 좋아하셨다는 것,.. 아빠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낚시라는것을 알았다는 건 성과라면 성과다^^ 하지만 아직 엄마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엄마에게도 아빠처럼 원래 하고 싶었던 그 뭔가가 있을텐데... 엄마의 속마음도 궁금하다.
그리고 시아버님, 시어머님 속마음도... 언젠가는 읽어야 할텐데....^^ 이번 명절, 친정 아버지 속마음 읽는데 '술'로 동참해준 남편에게 감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