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아버지의 뒷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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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 3일 연휴가 시작되었다. 금요일 저녁 때만 되면 전화벨이 울린다. 시아버님이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하시는 전화다. 이번 연휴때도 시댁에 가야하나? 아이들과 가볼 곳도 많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남편에게 물었더니 남편이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단다. 이번 연휴때는 우리끼리 어디 간다고...
음..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아버님이 한두차례씩 전화를 하신다. 아이들과 통화만 하시고 별 말씀이 없으시다. 드디어 연휴 마지막인 식목일.. .. 아침에 또 한차례 전화가 왔다. 아버님 역시 둘째랑 통화만 하시고 멸 말씀이 없으시다. 못내 마음에 걸려 남편에게 '아버님께 들러서 점심 먹자' 고 했더니 남편도 아무 말이 없다.
아이들이 보고싶으신가보다. 드디어 2시가 넘어 아버님께 전화가 왔다. '애들 데리고 와라'....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갔다. 시어머님은 다른 볼일이 있어 외출하시고 시아버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너무 재밌게 노신다. 그 근엄한 시아버님 얼굴이 아이들과 함게 있을 때면 활짝 펴진다. 나도 한껏 웃었다. 아이가 하도 재롱을 부리는 바람에..
그리고 저녁시간.. 시어머님도 안계시고 ..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설탕도 참기름도 고추장도 없고.... 내 살림이 아닌지라 저녁 준비를 하려니 좀 짜증이 났다.
이내 밖에 나가 장을 봐왔다. '그래 맛있게 만들어드려야지...' 각오를 하고는. 그리고 닭도리탕, 두부찌게, 그리고 오뎅을 볶았다.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하면 그래도 맛은 제법 나는 솜씨다.^^ 아버님께 맛있게 드신다.
저녁을 먹자 내일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려면 빨리 가야한다고 빨리 가라 하신다. 설겆이를 끝내고 나왔다. 아버님이 지하주차장까지 따라 내려오신다. 아이들과 뽀뽀를 하고 차는 출발했다.
뒤돌아보니 아버님의 등을 돌리신 채 담배 연기를 뿜고 계신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늘 무서운 시아버지였다. 단 한번 며느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없는 분이시다. 당신 아들에게도 역시.. 그런 시아버지 어깨가 너무 쓸쓸해보였다. 이제 연세도 많이 드셨건만.... 당신 성격에 어머님이랑 알콩달콩 지내지도 못하시고... 연휴 내내 '아이들이 보고싶어 기다리셨을' 아버님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런 시아버님.. 무섭다 괴팍하다 생각만 하고 진심으로 정성어린 진지상 제대로 차려드리지 못하고 사니.... 그또한 죄스럽고 마음이 아팠다.
내 아버지에게 느끼는 그런 감정을 난 시아버지 뒷모습에 진하게 느꼈다. 가슴이 뭉클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