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와 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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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근무 중인 시간... 전화가 왔다. 회사 근처 지하철 역으로 좀 나오라는 시어머님 말씀... 절에 다녀오시는 길인데 떡을 좀 가지고 들어가라 하신다. 가끔 있는 일이다. 어머님은 정말 독실한 불교신자이신데..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절에 다니신다. 절에서 무슨 특별한 기도가 있는 날이면 떡을 가지고 가끔 사무실 근처로 찾아오신다. 미리 나가서 지하철 표가 나오는 출구에 서서 어머님을 기다린다.... 10여분쯤 지났을까? 어머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개찰구를 빠져나오신다.. '어머니...!' 부르고 달려간다. 지하철 계단 근처에 가방을 풀고는, 작은 병에 가져오신 물을 따라주신다. 바람이 많이 분다... 가방 안에는 떡이 비닐 봉지에 들어있고 어머닌 언 손으로 떡을 반 쯤은 뚝 떼어 다른 비닐봉지에 담으신다. 그러시면서 '아이고.. 사람들이 보면 웃겠다...' 하신다. 어머님의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이 짠.. 하다. 올해 삼재가 든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하시고 그 떡과 물을 가지고 추운 날씨에 찾아오신 어머니.... 며느리가 혹 지나는 사람 눈을 창피해 할까봐 넌지시 건네는 한마디에 어머님 사랑이 느껴진다. 늘 사리 분별이 분명하신 어머님이시다. 절대 아들이라 아들 편을 들지 않으시는 어머니... 일하는 며느리... 가끔 밉기도 하시고 서운한 것도 있으시련만... 내게는 내색하지 않으신다.. 아마도 그러기까지 속으로 많이 '나무아미타불'을 외셨으리라.... 남편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어도 친정엄마보다는 시어머님께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 아들 흉을 보는 며느리... 곱지 않으시련만... 그런 내게 늘 내편을 들어주신다. 그런 어머니 마음이 속으론 얼마나 상하실까.. 문득 생각하니 앞으론 시어머님 앞에서 남편 흉 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내가 심란해 내뱉는 그 한마디 어머님께는 괜스리 속상한 일을 만들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미처 못하고 그저 편하니까.. 난 속풀이를 한다..
어머님은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가는 며느리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자꾸 비닐봉지를 주머니에 넣으라고 손짓을 하신다. 하지만 난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걸..... 아줌마가 비닐봉지 하나쯤 손에 쥐고 다닌다 한들.. 누가 뭐랄까? 어머님의 사랑이 담뿍 담긴 한 두 주먹쯤 되는 떡 봉지와 작은 우유병에 담아주신 물 한병을 손에 쥐고 달린다. 물병이 따스하니 온기가 남아있다. 난로 삼아 꽉 쥐고는 달린다. 오늘 참 날씨가 춥다. 바람이 차다.
어머님은 버스를 타고 이제 집에 가고 계실게다. 여느 집 시어머님은 며느리가 해주는 식사에 호사스럽게 사시는 분들도 많을텐데.. 우리 시어머님은 큰 아들 내외 분가시켜놓고 그런 호사는 누리지 못하신다. 아마도 같이 사는 것이 더 힘드셨으리라.. 맨날 바깥일에 정신없는 큰 며느리... 데리고 사는 것 역시 만만치 않으셨겠지...
어머님이 주신 떡을 한 입 베어물어본다. 팥알이 그대로 씹힌다. 쫄깃한 찹쌀에.. 내가 좋아하는 고사떡이다..^^
늘 내게 부처님께 기도하라 기도하라.. 당부하시지만 바쁘다는 핑게로 뒤로 미루는 큰 며느리가 아마도 못내 아쉬우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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