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에는 집 안에 ‘살림경영’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어보자
우리가족이야기 2004/01/13 17:16   http://blog.azoomma.com/azoomma/112905

 얼마 전 4년 여 간의  시집살이를 마치고 분가를 했다.  계획에 없던 분가를 하게 된 터라 전세금 마련, 살림살이 장만, 이사비용 등 목돈 지출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더 큰 부담은 이제부터 관리비며 도시가스 사용료, 부식비 등 살림에 필요한 비용 지출을 한 집안의 안 주인이 된 내가 도맡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동안은 시어머님께서 살림을 맡아주셔서 도대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관리비가 얼마가 나오는지 한 달에 부식비는 얼마가 드는지 나로서는 알 필요가 없었던 터였다.

실로 결혼 4년 만에 내게 주어진 ‘새로운 역할’이었다.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을 운영하면서 ‘아줌마는 가정의 최고경영자(CEO)다’ 라는 주장을 해왔던 내게 드디어 그 엄청난 ‘가정의 CEO’의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이제 나는 매달 소요되는 기본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각종 세금,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조사비, 저축 및 보험, 그리고 미래를 위한 재 투자비 등 연간 우리 가정의 경영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조금은 두려움도 있고 설레임도 있다.  이제 나도 내 나름대로의 가정 경영 방법을 만들어 적용해야 할 때인 것이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한민국 아줌마의 엄청난 적응력을 한 번 발휘해 보기로 결심했다.  조심스럽게 회사 경영 방식을 내 가정의 경영 방식에 도입해 불 생각을 한다.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우선 회사의 장 단기 목표를 세우듯 내 가정의 연간 목표를 세워야겠다.  웬만한 서민가정이 그러하듯 우리 가정의 제일 우선의 목표는 내 집 마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 목표는 아이들의 결혼과 우리 부부의 노후 설계가 된다. 그리고 가정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장 단기 계획 이외에도 매월 해결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이를 단계별로 중요도별로 잘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서도 경영전략이 필요하듯 가정에도 그럴 것이다. 우리 가정의 목표가 무엇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이며, 가족에겐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할 것이며 이에 필요한 예산은 얼마이고 그 자금은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또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필자보다 더 능률적이고 창의적으로 일을 해 내는 아줌마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아줌마들은 월급 수입을 ‘가정의 자금’으로 하여 이 자금 내에서 소비와 저축, 재투자 등을 계획하게 되고, 결국 한정된 자금(월급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비하느냐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줌마’의 역할이 ‘소비’의 주체로 한정 지어 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생각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업과 가정을 대비하여 볼 때 기업은 생산의 주체이고 가정은 소비의 주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맞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가정의 정보화는 이런 가정을 소비의 주체에서 생산도 겸하는 주체로 변화시켜 줄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가사와 육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안 쓰고 알뜰히 저축하고 모으는 것이 가정 주부의 미덕이었던 시대는 수동적인 소비의 시대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수집과 네트워크를 통하여 가사일은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재택형 창업, 또는 기혼 여성들의 사회참여로 인해 파생되는 육아 및 보육에 대한 수요는 또 다른 아줌마들에게는 경제적 자립의 기회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정보를 잘 활용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 보면 아줌마가 가정 경영에 더욱 효율성을 기할 수 있는 기회가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물론 여기에는 내 가정의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를 생산의 주체로 변환시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21세기 가정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새로운 모습이다.

아줌마는 가정의 최고 경영자이자 책임 있는 재무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경영전략, 인사관리, 재무관리, 구성원의 교육 관리까지 기업의 모든 업무영역이 아줌마의 살림 영역에 형태만 달리해서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필자가 분가를 한 것은 기업의 경우 분사를 한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새 해를 맞이하여 나는 내 가정을 새롭게 경영하게 되었다.  나는 내 가정의 새로운 목표를 세울 것이고 이에 따를 세부 운영계획과 자금계획, 예산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2003년 한 해 동안 이를 수행 하면서 그 내역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정산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 관리를 위한 가계부를 써야겠다.  요즘은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가계부로는 여간 정리가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전자가계부를 사용할 계획이다. 최근 각 금융회사에서 전자가계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내 가정의 자산과 소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해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가정 주부들의 살림살이 기법을 바탕으로 한 ‘아줌마 경영전략 4가지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자녀교육 및 가정 살림에 있어서의 근검, 절약, 신뢰의 생활태도 및 생활의 지혜 등을 기반으로 한 ‘가정 경영’을 실제 기업의 경영에 도입한다는 이 지침은 바로 ‘아줌마’의 가정경영기법의 전문성을 인정 받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와 같은 가정의 전문 CEO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 분들을 통해 전기 절약 방법, 알뜰 식단 짜는 법, 환경을 지키는 환경살림법, 재테크 방법, 자녀 교육 방법 등 다양한 가정 경영의 노하우를 배운다. 이들이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자신들만의 지식에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모든 아줌마들과 공유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제 본격적인 가정 경영을 시작하는 필자에게 있어 이 분들은 좋은 스승이 될 것이며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내 가정 경영 전략 수립에 기본 데이터가 될 것이다.

한 해 400조원이 넘는 가계대출 여파로 우리나라 가정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2003년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의 아줌마들도 새 각오로 우리들의 가정 경영을 새롭게 시작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새 해에는 집안에 ‘CEO의 살림 경영’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자.  주방의 테이블 위에 컴퓨터를 놓아도 좋겠다. 수납장 안에는 메모지와 필기구, 간단한 사무용품을 두고, 냉장고 문에는 내 손으로 작성한 가정 경영 계획서를 붙여 놓자.  그리고 집안일 하나하나, 밖의 일 하나하나를 예사롭지 않게 보자.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듯이 내 정보를 다른 이에게 전해보자. 그러다 보면 가정의 효율적 운영 이외에 더 큰 부가가치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CEO로서의 나의 능력에 도전해 보자.
1천만 가정 경제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 경제가 바로 설 수 있지 않겠는가?

 

현대상선 화보 '바다소리'에 연재한 칼럼 '알뜰살뜰 생활경제' - 2003년 1월에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