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 둔 휴일인데 허리 아프다는 구실로 자리 잡아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허리 더 아프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며 한 번만 김치를 사서 먹자고 남편이 먼저 말했다. 안되는데 하면서 내 입은 좋아라하고 웃음이 새 나왔다. 하필 명절이 다가오는데 허리까지 말썽이었다.
가을비까지 내리니 재래시장도 운동도 못 가고 우린 하루 종일 연속극만 보며 한가한 휴일을 보냈다.
저녁을 대충 차려라는 배려로 묵은 김치 볶아서 먹고 남편이 설거지를 하니 정말 몸이 편했다. 이래서 남편 밥은 누워서 먹어도 편하다는 말이 있었나보다 생각했다.
다시 같이 연속극을 보고 있는 중에 남자들이 여자들을 엄청 위해주는 내용을 보다가 한마디 했다.
“당신도 나한테 저렇게 해봐.”
“뭣을?”
“나를 위하는 배려~”
“어떻게 해야 되는데?”
“참 나. 아, 내가 발목이 아프다 하면 업어주고, 머리가 아프다하면 약국에 달려가 약 사오고, 어깨가 아프다하면 좀 주물러주고 그런 것이 배려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남편이 받아치는 한마디.
“그러면 일 년에 200일을 배려하라고?”
“뭐? 일 년에 200일?”
띵! 순간 놀란 나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랬구나. 아니 그랬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하루가 멀다고 머리어깨팔다리무릎발목이 아팠었다. 최근에는 2주일을 꼬박 허리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느라 끙끙 댔었다.
나이 쉰둘에 이게 뭔 꼴인지. 이래가지고 내 자신도 모르면서 남편에게 뭐라고 주절댔으니 아이그 창피해. 그래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오늘은 건강해지려고 걷기 운동이나 하고 와야지 마음먹었는데 또 비가 오고 있다. 그래서 아예 물리 치료도 안 가고 놀고 있다. 이 게으름에서 오는 만병을 어찌 해야 할까.
이러면서 일 년에 200일을 아프다고 엄살을 했다니 아이고 부끄러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