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새 순 한잎 안 나오나.
벌써 2주일이 되어 가는데.
오늘 밤 아들이 온다는데.
새 순 한 잎이라도 아주 쬐그맣게라도
쏙 솟아나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에게 이 엄마의 정성을 보여주고 싶은데......,
2주일 전에 집 근처 고가 집 담을 헐기에
달려가 포클레인의 바퀴에 깔린
무궁화나무 어린 것 하나 뽑아 가져왔다.
수년 전부터 너무 아름다운 무궁화 꽃을
피워내기에 그 중 한그루만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품어왔었다.
그런데 마침 기회가 왔다.
비록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가 많이 뭉개졌지만,
뿌리가 성하니 정성들이면
잘 커서 예쁜 무궁화 꽃을 피워내겠다 싶어
기쁘고 마음이 설레었다.
뿌리를 다 담아 낼 수 있는 넉넉한 화분을 사려는데
적당하게 잘라내고 넓지 않은 화분에 심어도
잘 자란다는 꽃집 주인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권하는 화분보다 더 기다란 뿌리들을 자르고
상처 난 가지들을 정리하여 정성들여 심었다.
거름도 넣었고 영양제도 주고 햇빛 잘 받는 곳에 두고
적당하게 물도 주며 매일 들여다보았지만,
아직도 새순이 돋아나지 않는다.
무궁화를 심는 날 아들이 보았으니 궁금해 할 텐데,
유독 무궁화에 나와 아들이 연연해하는
이유가 있다.
아들 태몽 꿈에 수많은 무궁화 꽃이
하늘을 덮듯 화려하게 피어있는 것을 보았었다.
그래서 이름도 무궁화 꽃을 한자로 써서 지은 것이다.
진즉에 구해서 심으려고 했지만,
꽃집에서는 무궁화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이제야 마음에 쏙 드는 작은 나무로
얻어서 기르려 하는데
마음같이 새순이 쏙쏙 나와 주지 않아 애가 탄다.
설마 자른 뿌리들이 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상처 난 가지 다듬어준 곳들이
마르고 있는 이유가 뭘까?
인터넷 뒤져도 딱히 조치 할 방법이 없다.
그저 힘없어 보이는 나무에게 눈으로
사랑을 보낼 수밖에.
2008.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