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어디가 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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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유달산의 봄꽃 축제를 보여 드리기 위해 수요일에 시어머님을 모시고 왔었다. 드디어 금요일 오후 유달산으로 갈까 좀 가깝고 볼거리가 더 있을 것 같은 북항 회 축제로 갈까 생각하다 북항 회 축제로 갔다. 각설이 공연과 노래 자랑 별의 별 희한한 조건으로 회를 경매하여 값싸게 주고, 거의 거저의 가격으로 운이 좋아 회를 받아가는 용기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어머님은 즐거워 하셨다. "너도 나가서 노래 하나 불러라." 하시는 어머님께 다음에 연습 좀 하고 와서 부르겠다고 변명하는 내 소극적인 성격이 부끄러웠다. 또 공연 도중 비싼 회와 산낙지를 관중들 거의가 먹을 수 있게 관중석 중앙에 차려 주어 어머님도 드시고 다시 구경하셨다. 저녁때는 또 그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먹을 수 있는 회 덮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모두 맛있게 얻어 먹었다. 그러느라 아예 북항 회 축제에서 눌러 앉아 밤이 되어 버렸다. 드디어 화려한 불꽃놀이를 사진에 담느라 바쁘게 하늘만 보다가 "어머님 정말 멋있죠?"하며 감상을 물었다. 그러자 "나 생전에 처음봤다." 하시는 예상치 못했던 어머님의 대답에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찡하게 아파왔다. 이런 불효를 보았나. 그 많은 세월에서 불꽃놀이 구경을 이제야 보여드리다니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초대가수의 노래까지 다 끝나자 우린 일어섰다. 집에 돌아와서도 어머님은 조금도 피곤해 하시지 않았다. 다음날 토요일 새벽이었다. 다섯시 좀 넘은 것 같았는데 모자분이 내가 피곤해서 늦잠을 자는가 보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깨었다. 남편이 새벽 운동 가려고 차려 입고 나가면서 "어? 비가 오네!" 하자 "비오냐? 그럼 나 혼자 버스타고 집에 갈란다." 하시자 "비가 그칠때까지 기다려봐야죠."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비가 어디가 와!" 하시는 어머님의 볼멘 목소리에 나는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남편이 어머님이 어쩌나 보려고 일부러 비가 온다고 한 것 같았다. 한참 후 눈을 뜨고 일어났다. 아침 준비와 도시락 준비 하느라 바쁘기 시작했다. 어머님도 빨래 널어주시고 당신 옷 챙겨 입으시고 핸드폰 지갑 챙기시고 나를 도와 주시려 애 쓰셨다. 우리는 북항쪽에서 유달산을 오르는 길목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며 만개한 벚꽃 개나리꽃 진달래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조각공원에서 사생대회에 참가하여 북적거리는 어린이들과 완성되어가는 그림들을 보며, 내 아들인 어머님 손자가 초등 일학년 때 개나리 꽃을 못 그려 보고도 못 그린다고 화를 냈더니 그 후 다시는 그림대회에 참가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자 고집이 집안 내력이다고 하시며 웃으시는 어머님과 마음이 통하였다. 허리가 안 좋으셔서 걷기 힘들어 하시면서도 벚꽃에 취하고 시원히 내려다 보이는 시가지의 경치와 바다에 흥이 나신 어머님께 유달산에 몇 번 오셨느냐고 여쭈어 보았다. "내 평생에 처음 와 봤다." 하시는 어머님의 말씀에 팔십이세가 되시도록 이 좋은 꽃구경을 처음 시켜 드리는 불효에 정말 죄스런 마음에 고개가 숙여졌다. 차로 두시간 거리의 시골에 사시는 어머님을 우리는 뭐가 그렇게 바빠서 모실 수 없었는지 이해 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오래 사시는 날까지 정성을 다 해 행복하게 해 드려야 겠다고 생각한다. 2008. 4.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