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가수가 친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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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이었다.
비가 올 것 같지 않아 우린 시골에 어머님께 다녀오자며 집을 나섰다. 여느 때처럼 토요시장에서 뭐 좀 사가지고 가자며 차를 돌렸다. 시장 입구에 들어섰는데 앞 차에서 가수 현당 씨가 내리는 것이었다. 남편은 잽싸게 차 문을 열고 나가서 현당 씨의 어깨를 건드려 악수를 청했다. 나는 혹시 무안당하면 어쩌려고 저러나 하는 조바심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둘이서 반갑게 악수를 하며 활짝 웃는 것이었다. 남편이 차로 돌아와서 하는 말 "아, 현당이 기억력 좋다. 내 이름을 잊지 않고 '어! ㅇㅇㅇ 반갑다.' 하면서 나를 알아보더라니까. 중학교 때 친군데 아직 내 이름을 잊지 않았어." 이러면서 남편은 유명한 가수가 된 친구가 오십 중반에 들어 선 자기를 알아봐 주어서 무척 반갑고 기쁜지 마냥 들뜨고 있었다.
우린 무슨 행사가 있나 보다고 급히 한 곳에 주차하고 시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장흥 토요시장 2주년 기념식 행사를 하며 가수들을 초청했고 푸짐한 상품들이 행운의 주인공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지 행사장 근처가 비좁고 더운데 지나는 사람들과 자꾸만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어 우린 급히 어머님께 전화 드려서 외출 준비 하고 계시라고 하였다. 서둘러 집으로 가서 어머님을 모시고 행사장으로 다시 왔다. 뜨거운 햇빛에 얼굴이 다 익을 것 같은데도 무대 앞의 자리는 빈 곳이 없었다. 무대 옆 쪽 그늘진 곳에 겨우 어머님을 앉으시게 하여 밸리 댄스를 구경하고 아무래도 점심을 먼저 먹고 차분하게 자리를 찾아 앉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식당을 찾았다.
연중 계속 한우고기를 엄청 싸게 판매하는 한우 직판매장에서 먼저 고기를 샀다. 그리고 그 이층에서 한 근당 6천원만 지불하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된 식당으로 올라갔다. 상추며 쌈장 마늘등이 무한 리필 되어 마음 놓고 구워 먹을 수 있었다. 셋이서 2만 4천원으로 한우 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일어섰다. 먼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셨던 어머님이 남편에게 "에미가 고기를 세 점이나 남겼단다." 하셨다고 하여 우린 크게 웃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어머님의 말씀이 예사로 흘려버릴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기어코 다 먹었어야 했는데 왜 남겼는지 아무튼 죄송하였다.
우리가 다시 행사장으로 가서 자리를 잡자 마침맞게 옆에서 현당 씨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TV 에서만 보아왔으니 다가가 팬으로써 인사를 드렸다. 밸리 댄스가 끝나자 드디어 무대에 올라 선 현당씨는 고향의 어르신들과 팬들을 위해 열 곡 이상을 불러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나도 오랜만에 마음껏 박수를 치며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에 빠져들었다. 남편은 노래를 마치고 내려 온 현당 씨에게 다가가 다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우린 구경 하다가 남편 친척 어르신들 병문안까지 가야해서 아쉽지만 행사장을 떠났다. 참깨며 보리쌀 잡곡 등을 사고 표고버섯가루며 한우고기를 더 사서 차에 실었다. 병문안 마치고 어머님 시골집에 모셔다 드리고 우린 돌아왔다. 뜻밖에 가수 현당 씨를 만난 얘기로 시작하여 어머님께 잘 해 드릴 수 있었던 휴일의 작은 정성이 보람 있는 하루가 되었다며 수고 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남편은 오히려 내게 고생했다며 공을 돌렸다. 이렇게 또 우리 부부는 한마음의 하루를 공유하고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