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개판이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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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닭의 배를 가르고 보니 막 태어나려던 알과 노랗고 여린 조그만 알과 아직 준비 중으로 생긴 작은 알들이 무수히 모여 있었다. 시아는 불쌍한 암탉의 최후를 안쓰러워 해 놓구서는 아빠 닭다리 하나 시아 닭 날개 하나 나 닭 목아지 차지 하니까 그새 삐졌다. 남은 닭다리 하나와 닭 날개 등은 다음 주에 호야가 오면 요리 하겠다고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촌닭이 너무 커서 한꺼번에 삶아 먹을 수가 없어서 반만 삶았었다.
"아주 개판이었어." 내 한마디에 시아는 삐졌다가 웃음보를 터트렸다. 개를 너무 좋아하는 시아는 평소에 개 이야기만 하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다음에 꼭 전원주택에 살면서 개를 기르겠다고 하였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하여 2주 만에 집에 오는 아들을 위해 남겨 놓은 닭다리 하나로 설마 정말 삐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시아를 웃겨주려고 개판이었던 시아 고모 집 얘기를 들려주었다.
마당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우리 부부를 처음 보는 개들이 각양각색으로 쳐다보며 짖어 대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생김새도 천차만별이고 꼬리 흔들고 맞아주는 개는 좀 순해 보이는 듯한 큰개 한 마리뿐이었다. 묶여 있는 개도 짖고 텃밭에 뛰어다니는 개도 짖고 두 마리씩 서로 기대어 합창으로 뒷걸음질하며 짖고 닭 쫒아 다니면서도 짖고 외양간 앞에서 버티고 서서 짖고 정말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마당 한 쪽의 풀밭에서 서너 마리의 귀여운 새끼 강아지들만이 우리를 본 척도 안하고 관심도 없이 자기들끼리 장난치며 뛰어 다니고 있었다.
또 거기에 커다란 수탉 한마리가 크나 큰 벼슬을 자랑하며 개들과 암탉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개판 속에 섞여서 암탉들이 떼거리로 온 마당과 텃밭을 쉼 없이 꼭 꼭 꼭 거리며 질러 다니는데 개가 몇 마리인지 닭이 몇 마리인지 헷갈려서 셀 수가 없었다.
그나마 조용한 것은 한 쪽 외양간에 엄청 큰 암소 두 마리와 송아지 두 마리만이 점잖게 마당안의 무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당가에 감나무들이 자꾸 나의 관심을 끌었다. 단감을 제일 좋아하는 내게 가을에 또 오면 많이 따 주겠다는 시누이의 말이 제일 반가웠다.
시누이 부부가 사업을 접고 시골로 내려와 살고 있는 지가 벌써 2년이 되었는데 어제 시어머님 뵈러 다녀오는 길에 일부러 길을 돌아 처음으로 시누이 사는 집을 찾아가 보았었다. 비록 자연 그대로 꾸밈없이 옛날 옛적의 편한 생활로 살고 있어서 깔끔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운치는 있었다. 우리부부도 나중에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개는 딱 두 마리만 기르고 싶다.
고모는 우리 주려고 텃밭에서 도라지 캐고 고모부는 암탉을 가져가라고 한 마리를 점찍어 잡는데 수탉이 쫒아다니며 고모부 손을 쪼아대었다. 개들도 암탉을 잡아넣어 놓은 자루를 풀어 주려는 듯 물어뜯으려 하는데 자기들끼리의 동족애인지 아니면 우정인지 아무튼 그 애쓰는 모양들이 보기에 안 되어서 걔네들에게 미안해져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었다.
역시 촌 닭의 맛은 쇠고기 맛처럼 고소하였다. 시아는 군 말없이 아주 맛있게 닭날개를 먹어주었다. 고모집의 개판을 여름방학 때 데려가 보여주겠다는 약속에 순한 송아지처럼...
200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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