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꽃구경을 갔다.
노오란 개나리꽃에 뺨을 대고 사진을 찍고
하얀 벚꽃을 머리에 이고 포즈를 취했었다.
내가 스스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였던 때가
아마 7~8년 전 쯤 된 것 같다.
마흔의 나이가 얼굴에 그려질 때부터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아서 피했던 것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걷다가 무심코 앞에서 오는
연세든아주머니를 보게 되면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 아주머니는 손에 옥수수 튀밥을 담은 봉지를
들고 다니며 연신 입에 넣고 있었다.
그런데 내 손에도 튀밥 봉지가 있었고
나 역시 쉼 없이 옥수수 튀밥을 먹으며 사진도
찍었고 꽃구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남편이 그 아주머니를 보고 나를 보고
하며 똑 같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젊은 척 했던 내 나이를 꽃들에게 들켜버린
순간이었다.
겉 얼굴은 아직도 사람들이 마흔 초반쯤으로
짐작하는데 속 없는 마음이 쉰을 넘어 버린 것이다.
남편이 쉰의 중반에 서 있고 나는 아직도 마흔의
끝자락에 있는데 나도 모르게 쉰의 중반으로
내 마음이 합류해 버렸는 것 같다.
남편이 얼마전부터 옥수수 튀밥을 즐겨 먹기에
심심해서 나도 한번씩 먹어 보았더니 이젠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즐기고 있다.
하나씩 깨물면 와삭 깨어지는 느낌이 재미있고
또 배가 부르지 않아 식사 때도 입 맛에
지장이 없다.
소녀처럼 꽃에 정신을 팔고 손과 입은 아주머니의
본색을 나타내고 다녔던 나 라는 존재를
깨닫고보니
개나리가 시들어 가고 있는 가지도 보이고
벚꽃이 흩날려 버린 빈 가지도 보였다.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또 커다란 봉지에서
옥수수 튀밥을 덜어 담는 내 손도 주름이 지고
거칠어 있음을 느끼며 크게 숨을 내쉬고
컴 앞에 앉았다.
비록 옥수수 튀밥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어도
이렇게 취미로 글도 쓰고 바둑도 두는 멋쟁이
엄마를 존경 한다는 딸의 사랑에 그래도
씁쓸한 마음이
위로되고 행복함을 느낀다.
2006.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