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하루를 다 줄께요 마음대로 쓰세요."
남편은 좋아서 활짝 웃었다.
"또 점심도 내가 살꺼예요 제일 먹고 싶었던 걸로
마음껏 드세요."
남편은 어디를 갈까? 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아는 MT 가서 없고 호야는 기숙사에 있고 그래서
모처럼 휴일에 할 일이 없어 오직 남편을 위해
내 하루를 주고 싶었다.
하필 이른 아침부터 비도 많이 오는데다
얼마전부터 남편이 목감기가 심해서 시골의
어머님께도 다녀 올 수 없어 우린 그냥 드라이브
정도로 돌아 다니다 오기로 했다.
오전 10시에 집을 나서서 해변가를 차안에서
구경하고 마트에서 시간 좀 보내고
점심을 채식뷔페로 먹고 다시 여기 저기 빗속에
돌아다니다가 오후 4시에 집에 돌아왔다.
남편은 내 시간을 겨우 6시간밖에 쓰지 못했다.
우린 시장 봐 온 것으로 간식먹고 저녁먹고
그리고 얘기 나누다 밤 8시부터는 다시 각자의
할 일로 바쁘고 있다.
아이들이 다 자라서 집을 떠나 있고 옆에 없으니
당장에 우린 심심해지고 있다.
이젠 아이들 얘기도 별로 할 게 없고
그래서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사회 소식들을
나누다 오늘은 탤런트 채림이 혼인신고도 안하고 살다가
벌써 헤어지게 되었다는 얘기까지 주고 받고나니
더 할 얘기가 없어졌다.
나이가 드니까 행동도 굼뜨지만 입도
무거워지고 있다.
농어촌에서는 비가 안와서 큰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휴일을 자유스럽게 꽃구경이나
하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못했다고 말 할 수도 없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오면 그 때는 맛있고 예쁜
도시락까지 준비하여 내 하루를 몽땅 남편에게
주어야겠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애쓰는데 마음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이다.
2006.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