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있었지만 몇일 후 따뜻하면 담아야지 했었다.
어제 퇴근 후 남편이 지독한 목감기에 걸려서 약국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개나리 진달래가 다 피었는데 때 아닌 눈 발이 날리며 바람이 엄청 앞 가슴을 후벼와 잔뜩 웅크리고 오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식품가게 앞을 지나 오다가 열무를 발견한 것이다.
연하고 달짝지근하게 보였다.
마음보다 손이 먼저 가서 한 단을 들고 망설이다 두 단을 들었다.
이왕 담을바엔 양이 많아서 그렇지 양념 준비 과정은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손이 얼어 버릴만큼 추운데 양 손에 열무를 들고 약을 들고 집에 오니 시아도 아빠도 눈이 동그래졌다.
하여간 내 대책없는 성격 못 말리겠다고 하였다.
따뜻한 날씨 다 보내고 하필 이렇게 추운 날 왠 열무김치를 담그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핀잔이었다.
어찌되었든 사가지고 온 거니까 남편이 거들어서 다듬어 주길래 씻어서 소금 간 해 놓았다.
그리고 간추려 놓은 시래기도 삶아서 냉동 시켜 놓고
찹쌀가루로 죽 끓여서 고추가루 섞고 다진 마늘 넣고 소금 넣고 참깨와 설탕 약간 넣어 양념을 만들어 놓았다.
실파 양파 다듬어 썰어 놓고 그릇들 준비 해 놓고 딱 세 시간 반 만에 열무 씻어 건져서 바로 양념 비벼 버무렸다.
다 끝내고 나니 밤 열두시 오분 전이었다.
그야말로 밤중에 열무김치를 담그어 놓았는데 오늘 낮에부터 식탁에 올려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시아가 열무김치로 비빔국수 먹고 싶다고 따로 내어 놓아 익혀 달라고 한다.
추운 날 밤에 김치 담근다고 못 말려 하더니만 자기가 제일 좋아한다.
2006.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