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내가 연애 하던 때였다.
서로의 믿음에 방해되는 일이 타의로 생겨서 우린 헤어지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정이 뭔지 도저히 안 보고는 못 살겠어서 내가 먼저 찾아 나섰었다.
그땐 남편의 직장 전화 번호 외에는 고향집도 형제들의 연락처도 묻지도 않았고 알아 두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은채 3년을 연애 했었었다.
오직 총각이며 직장이 있다는 것 외에 결혼의 조건으로 더 이상을 원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몇 번인가 묻지 않았는데 자기가 자취하고 있다는 동네와 근처에 친 이모처럼 대해 주신다는 쌀집이 있다는 얘기를 흘려 들었던 기억만으로 초행길을 잘 찾아 갔다.
그 때 쌀집 간판을 보고 혹시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들어섰는데 남편의 이름을 말하니까 반가워 해 주시며
남편을 불러다 나와 만나게 해주었던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었다.
나 역시 그 분을 시아버님 다음으로 생각하고 있었었다.
그런데 그 분이 암으로 생의 마지막을 힘들어 하고 계셨던 것이다.
뭐라고 위로의 말씀도 못 드렸다.
시아버님과 생김새며 삶의 분위기가 무척 닮았던 분이다.
그래선지 그 날따라 2년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 생각까지 더 나서 마음이 슬펐다.
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못 다녔던 꽃구경도 다니고 신선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지, 늙은 몸도 서러운데 병이들어 힘들게 숨을 쉬며 그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마지막 장을 가장 행복하고 가장 평화로운 가운데 막을 내릴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졌으면 참 좋겠다.
2006.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