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실이 머리가 최진실 머리로 바뀌었다.
미용실에서 6~7개월만에 나타난 나를 보고 웃었다.
목까지 내려온 긴 머리도 처음 보고
그 상태로 파머를 해 달라는 것도 처음이라고.
가족들도 웃었다.
빠글빠글 그것도 목을 다 덮는 머리를 예쁘다고
거울을 돌려가며 보는 내가 신기하다고.
학원의 아이들도 웃었다.
파머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는 사람들은 내게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얼굴이 꺼칠하다고.
하지만 난 정말 긴머리 파머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편리해서 더 좋다.
매일 감고 어깨 아프게 드라이 안해도 되니까.
글레이즈와 왁스만으로 가지런히 다듬어 놓으면
하루종일 몽실 몽실 머리결이 살아 있어 좋다.
내 일생에 처음으로 이런 파머를 하여보았다.
마흔 끝자락에서 삼십대의 젊음을 느껴보고 싶었다.
아니 오십이라는 숫자가 오기 전에
내 나이를 버리고 싶었다.
다시 첫 아이를 낳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 때는 젊다는 이유로 나를 위한 멋은 사치로 생각했었다.
지금의 나를 떠 올려보지도 않았을 정도로
끝없이 젊게 살 줄 알았었다.
긴머리 파머는 십년의 세월을 내게 되돌려 주었다.
유치원생 아이들이 내게 결혼 했느냐고 물었다.
찰랑 찰랑한 긴 머리결을 흔들며 삼십대의 차림새로
걸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자주로 본다.
의심나서 앞서 가 돌아 보면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오십대의 여성일 때가 많았다.
참 부러웠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도전하지 않으려한다.
지금의 모습에 만족한다.
겨울부터 어떻게 변신을 하고 싶다는 내 말에
남편은 뒷머리를 길게 파머한 여직원들도 있다고
한마디 던져 주기에 피식 웃었는데
막상 미용실에 가서는 남편의 의사를 존중하였다.
긴 머리 파머로 인하여 내 인생의 역사도
새로히 썼다. 나이를 버리면서.
2006.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