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지금쯤 대학에 다닐거야. 암기력이 무척 좋았어.얘는 고등학교 2학년 되었겠다. 엄청 산만했는데 바둑을 배우며 차분해졌고 수학도 아주 잘했단다."
아이들이 벽에 붙은 사진을 보며 하나씩 가리키면서 누구이며 지금쯤 얼마나 컸느냐고 물으니 그 때를 회상하면서 생각나는대로 소개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자기들도 빨리 사진을 찍어서 붙여 달라고 조르기에 내친 김에 엊그제부터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이 아이들도 자라서 많은 공부를 하기위해 다들 떠나게 될 것이니 사진이나마 붙여 놓으면, 세월이 흘러 보고 싶을 때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이 아이들 역시 내 기억속의 귀엽고 총명한 모습으로 남아 있으리라.
15년 전 쯤부터 아이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가끔씩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부모님들에게도 드리고 사무실 벽에다가 사진마다 코팅하여 붙여 두고 있다.
떠난 아이들이 자라서 찾아와 자기의 사진을 들여다 보아 주며 추억을 떠올리고 옛날 이야기 하자는 아이 아직 없지만 한 장의 사진도 떼어 내지 않고 있다.
내 나름대로 꼭 약속을 믿고 있기 때문인 것 보다는 약속대로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아이들마다 포부와 소질과 노력하는 마음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주었었다. 그래서 이 다음에 자라서 꼭 꿈이 이루어지면 나를 찾아 오라 하였다.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기다렸다가 바둑을 두어 줄테니 그 때는 나를 이겨보라고도 하였다.
아이들은 그러면 신이나서 벌써 다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나를 찾아와 바둑을 두고 나를 이기는 상상을 하며 좋아 하였었다.
그 아이들이 요즘따라 많이 보고 싶다.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그리고 몸도 마음도 몰라보게 자랐을 것 같다.
내가 이사를 하여 왔으니 쉽게 찾아 올려는지 모르겠다.
2006.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