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잡곡 현미 모두 빼고 흰 쌀밥을 먹고 있다.
깨도 미역도 김도 다시마까지 밥상에 올리지 않으니
간단 하면서도 생각보다 식단을 짜기가 쉽지 않다.
몇일후 남편 정기 검진을 받기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시아가 일년도 넘게 잡곡밥만 먹어 오다
흰밥을 주니 밥만 꼭꼭 씹어 먹고 있어서
왜? 반찬은 먹지 않느냐고 했더니
시골에서 올라온 새 쌀로 지은 흰 밥이 정말 맛이 있다고 하였다.
벌써 두해째 아버님 안계시니 어머님이 이어서
쌀을 보내 주신것이다.
그래선지 쌀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결혼초부터 아이들을 낳고 다 기를 때까지도
시외 버스로 택시로 직접 들어다 주시는
아버님의 쌀을 귀하다는 생각 까지는 못했던것 같다.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서 밥을 허실 하지 않고 잘 먹겠다는
그 생각만 하였던것 같다.
그런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홀로 남으신 어머님이 보내 주신 쌀을 쌀통에 담으며
한 톨도 흘리지 않았다.
우리가 오히려 뭐든 보내 드려야 하는데
앉아서 받아 먹는게 죄스러워서
입에 바른 소리 같아 감사의 말씀도 제대로 못했다.
8남매를 교육 시키고 평생 가족과 먹고 살았던 농사를
힘에 부치고 이익도 없어 모두 남에게 빌려 주고
받는 쌀로 양식만 해결하시는 시골 살림이라
힘드시는걸 알면서도
처해진 우리의 상황이 발목을 잡아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정기 검진에서 이상 없음의 결과가 나올거라 믿고
다녀와서 밑반찬이래도 만들어 어머님께 다녀올까 한다.
2005.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