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없으면 못살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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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내 손으로 김치 담아 먹었어요, 식구들이 내 김치 아니면 안먹어요" 약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길을 지나면서 하는 소리를 듣고, 내 스스로 죄지은 것처럼 쫄아서 순간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숨길수가 없었다. 십여년을 넘게 난 김치를 사먹고 있으면서 핑계 대기를, 김치 담기에는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고 거의 노동 수준의 힘든 작업이고, 재료 값으로 따지면 담는 비용보다 사먹는 값이 조금 더 들고 위생이 약간 부담 되지만, 맛은 솔직히 내가 김치를 담그다 실패 되었을 경우를 비교 한다면, 사 먹는 편이 변함 없는 맛을 유지하여 주는 장점이 있어서 편하고, 또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바둑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니 몸도 피곤하니까 가족들이 이해 하는 쪽에서 도와주는 셈치고 김치를 사먹는데 적응을 해달라 하여 지금까지 사다가 먹고 있었다. 우리 입맛에 맞게 미원빼고 새우젓 넣어서 개운하고 시원하고 살짝 매운맛 내서 담아 달라고 특별 주문하여 사 먹으니 별로 꺼림직함 느끼지 못하고 가족들도 지금껏 사 먹는 김치 맛에 맛들여져 잘 먹어 왔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평생 담아 먹고 있다는 길 가던 여자분의 말에 충격을 받고 나니, 당장에 먹던 김치 맛이 요상하게 변하여 맛이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큰 맘 먹고 큰 일 한번 벌려 볼까 하고 붉은 고추부터 모든 양념을 사러 가야지 하면서도 너무 오랜만에 김치를 담그다가 짜거나 맛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서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데 고맙게도 딸이 "엄마 우리 친구들도 엄마들이 김치를 사다가 먹는데요 엄마도 힘드니까 그냥 사다 먹어요. 우리가 김치를 얼마나 먹는다고 그러세요" 이렇게 이해를 해주고, 다음 날 남편은 퇴근하면서 기혼 여직원이 단골로 사다 먹는다는 김치집을 가르켜 주어서 맛을 보자고 한번 사왔다며 먹어 보라고 해서 맛을 보니 내 입맛에 맞지 않아 정말 용기를 내어 담아야지 했는데, 부녀가 극구 말려서 하는수 없어 집 근처에 얼마전에 개업한 김치집에 가서 우리 입맛에 맞게 담아 달라고 주문을 했더니 어쩜, 옛날 친정 어머니 솜씨처럼 맛이 있어서 식사때마다 모두 젓가락이 김치로 갈 정도로 모두 마음에 들어 한다. 요즘 중국산 김치 때문에 어디를 가도 의심의 눈초리들이 빛나고 있는데, 우리 식탁의 김치는 비록 주문 했지만 시장에서 배추 엄청 사다가 담는 걸 눈으로 보고 왔으니 걱정은 없다. 오늘 저녁에는 돼지고기 전지를 한덩어리 사다가 소금넣고 메실 술 넣고 양파 당근 통마늘 넣고 푹 삶아서 푸짐하게 접시에 담아 놓고 잘 익은 배추 김치와 함께 밥상을 차려야겠다. 2005.9.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