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가 물을 만났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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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는 아들 수학 올림피아드 시험장에 데려다 주겠다는 것이었고, 속셈은 친구들을 만나서 기원에 가는 것이었다. 지난 토.일요일을 어쨌거나 집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 떠난 귀한 휴가로 금쪽 같은 시간을 아껴 쓰느라 엄청 바쁘고 즐겁게 보냈다. 한마디로 고기가 물을 만났으니 집에 있는 남편도 딸도 잊을수 밖에 ㅎㅎ 일요일 밤 열차로 돌아와 보니 이틀간 부녀간이 먹은 식사도 부실했고 남편 친구들이 와서 왼종일 놀아 주었다는데, 대접도 소홀히 하였기에 마음이 아팠다. 낮에라도 어찌 지내고 있는지 전화좀 해 볼걸. 그래서 딸에게 뭘 어떻게 차려 드리라고 알려 줄것을.... 사실 내가 친구들과 만나 너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느라 집을 소홀히 생각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집 걱정을 한다면 휴가 받은 의미가 없겠다 싶어 그냥 눈 딱 감고 잊었었다. 일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아들이 시험장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 나는 친구를 만나 다른 친구의 기원으로 가서 몇년만에 만져 보는 기원 바둑돌의 감촉과 향기에 젖어 바둑을 두느라 모든 걱정을 잊어 버리고 바둑판에 빠져 들었었다. 내가 제일 행복을 느끼는 때가 바둑판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오직 내 자신만이 숨을 쉬고 나 외에는 상관이 없는 때 이기에 누구를 위하여 뭔가를 해주어야 하는 의무도 책임감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일어서기 싫었지만, 주 목적의 임무를 마치기 위해 오후에 대국을 중단하고 다시 시험 보고 있는 대학교로 가서 아들이 시험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인솔 하시는 선생님 차로 기숙사를 향해 가는걸 배웅하고 또 기원으로 가서 저녁까지 바둑을 두고 밤 열차로 집에 돌아온 것이다. 남편은 한달에 한번씩 가사에서 휴가 하여 친구 만나고 바둑도 두고 세상 구경도 하고 오라고 하였다. 그 말이 진심인지 자기를 떼 놓고 다닌다고 비아냥 거림인지 속셈을 모르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주말의 물 만난 고기가 마음껏 들이켠 산소로 일주일의 첫날까지 기분이 고조 되어 마음안에 웃음 공장이 들어선듯 모든게 기쁘고 행운이 쏟아져 올것만 같은 희망이 절로 부풀어 오른다. 2005.9.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