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운동 나갔던 남편이 왠 소국 화분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사연인즉 국화 화분을 많이 싫고 온 차에서
싸게 하나 샀다며 가을에는 국화이상 더 예쁜 꽃 없고
꽃이 오래 피어 있으니까 보기 좋을것 같아
사고 싶었다는 것이다.
건강이 위험해졌던 후부터 꽃을 좋아하기 시작한 남편이
때로는 순수한 아이 같기도 하다.
같이 늙어가고 있어서인지 한마디하면
무슨 생각과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 금새 알아챌수가 있다.
누구나 삶의 지향에는 바라는 몫의 눈 높이가 있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래성처럼 무너진 허무가
욕심을 비우기 때문에,
한가닥 희망으로 동아줄이 되는 꽃들을
가꾸는게 유일한 낙이 되는가 보다.
철따라 피는 갖가지 꽃 화분이
베란다에 늘여져 가기를 오직 소원하여 본다.
그 꽃들이 피어 있는 동안에는 남편의 기(氣)가
샘솟듯하여 이어지고 또 이어져
장수 하였으면 정말 좋겠다.
다음에는 한 철 꽃 말고 여러해 눈길을 끄는
관상수도 사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서너해 뒤의 날들을 바라보지 않는
암에 대한 고정관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의지를 갖고 노력하여 잘 이겨내고 있지만,
더 확실하게 자식들 성인되어
결혼시키는 꿈까지 꾸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가 같이 시련을 이겨내어
노후에도 국화 화분을 같이 들여 왔
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소국 화분에 물을 주면서 남편에게
많은 희망을 안겨 주기를 바래 본다.
흰 국화로 피는지
노란 국화로 피려는지
아직 꽃송이가 다 머물어 있어서 모르겠는데
이왕이면 노랗게 피어서 행복한 향기를
집안 가득 채워 주었으면 좋겠다.
2005.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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