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농담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에
문을 열고 배웅 하며
"이제 내년에 만납시다"
했는데, 신년 연휴가 지나고
매일을 기다려도 그 여사님은 오시지 않았다.
한달 두달 그러기를 일년 이년이 지나도
전화 한통 없이 학원에 오시지 않아 5년이 지났지만 소식을 모른다.
보통 한해의 마지막 날 만나고
다음날 만나면 새해 첫날이니 일년만에 만났다고
농담들을 하여 왔는데,
그 여사님에게는 그 농담이 진담으로 들리셨던 것일까?
아뭏든 그 후로 난 일년만에 만납시다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그 여사님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내게 바둑을 배우겠다고 찾아 오셨었다.
수전증으로 심하게 손 떨림이 있었지만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바둑돌을 제대로 놓고 싶은 자리에
놓지를 못할 정도로 손을 떨었고
약 5개월 정도 바둑을 두면서 많이 나아지고 있었는데,
연말 연시 지나고
갑자기 발길을 뚝 끊은 것이다.
좋은 표현의 세모 인사말 대신
농담식의 말을 한 내 탓인것만 같아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었다.
오늘 갑자기 그 여사님이 왜?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아! 한 아이가 자기 엄마에게도
바둑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때 금새 떠오른 얼굴이 그 여사님이었지.
엄청 열심히 아이들과 바둑을 두며 즐거워 하셨고,
한수 물려 달라 사정 하실때면 아이들과 같은 동심이 된듯 보기 좋았었다.
급수가 오르면 참 기뻐하시며
오래 오래 바둑을 배우고 싶어 하셨는데.....
아직도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년에 만납시다라는 세모 인사 말이 그리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연말 연시 연휴때 무슨 일이 있으셨을까?
2005.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