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전이 되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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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한시간 단전이 되었는데 참으로 할 일이 없었다. 컴퓨터를 못하게 되니 손이 심심했고, T.V를 못 보니 눈이 볼거리가 없어 심심했고, 라듸오도 들을수 없으니 그냥 뭔가 허전하며 빈 집에 나 홀로 사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마음이 산만해지고 책은 많이 있으나 쉽게 손에 들고 싶지 않았고, 괜히 베란다에 나가 밖을 내려다 보니 바람만 물들지 않은 퍼런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를 흐드러지게 성가시게 하였으며, 노는 아이 한명 없는 적막한 주차장에 굴러가는 비닐한장이 내 마음같이 서글프게 보였다. 이렇게 예고된 단전에도 대처할 마땅한 놀이감이 없으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컴퓨터와 T.V에 중독되어 살아왔는지 새삼 되돌아 보게 되었다. 오후엔 바둑학원에서 아이들과 보내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뉴스 보느라 이어서 연속극 들으며 집안일 하느라 T.V 켜놓고 오전에는 컴퓨터로 글도 쓰고 바둑도 두고 바쁘게? 살아왔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실상 겉모양뿐 알찬 마음의 양식이 없었다는 걸 느꼈다. 이렇게 살다가 노후에 만약에 자식들 결혼 시키고 남편과 둘이 아니면 나 홀로 남으면 오늘 보다 몇 십배는 외로워 하며 살아야 할텐데 그 때를 위해서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나만 늙지 않는줄 알고 너무 안일하게 젊음을 보내 버린것 같다. 뉴스에서 간간히 외로운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걸 들을때면 꼭 그렇게 밖에 선택할 수 없었을까? 하고 그 분들이 느꼈을 외로움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에야 갑자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날씨도 나들이 하기에 적당해지고 이산 저산 집앞의 꽃밭에까지 단풍이 들면 혼자인 사람들에게 다시 외로움이 밀려 오겠지. 그리고 추워지면 쓸쓸함까지 더할거야 내 노후에도 약속되어 있는 그림들이다. 아이들이 다 컸다. 더 이상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기의 인생을 걸어 가고 있다. 이젠 지켜보며 등대가 되어주는 일만 남은것 같다. 한시간의 단전이 내게 많은 생각할 여유를 주었다. 돌아보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투명 거울인듯 보여지는 나의 노후를 희미하게 보여주고 키를 높여주었다. 더 멀리 바라 볼수 있는 지혜를 주었다. 다행히 내게는 노후를 보람있게 보낼수 있는 특기가 있다. 남여노소 어디서나 벗을 사귈수 있고 대화를 나눌수 있는 바둑을 둘수 있으니까 벗들에게 봉사하며 외롭지 않게 오히려 보람있게 남은 삶을 보낼수 있을거라고 마음에 위안을 삼는다. 2005.9.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