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詩人의 詩集을 내게 빌려 주며
그 분이 자신의 친척이라면서 자랑을 아끼지 않았던 분이,
오늘 오후에 내게 조용히 묻고 싶다며
詩를 쓰는 사람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냐고 물어서
서슴없이 답했다.
맑고 순수한 마음에 감수성이 풍부하여
나이 들어도 동심으로 살며
물욕에 욕심없는 사람이면 詩를 쓸수 있고
삶의 의미를 사랑과 정열
그리고 끝없이 온 세상의 만물에
정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면
진정 시인이 아닐까 생각 한다고 그랬더니 하는 말이,
언젠가 친척되는 시인을 얘기한적 있었지 않느냐며
그 시인이라는 사람이
시모에게 극진한 효성을 다 하는양
시모에 대한 詩까지 써 놓고는
실제로는 홀대하며 살았다면서
그 위선속에서 어떻게 그런 詩를 쓸 수가 있느냐며
생각해 보라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詩를 좋아할뿐 詩人도 아닌 나역시도
내게 닥쳐온 큰일(남편의 건강문제)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핑계로
시모에게 효도를 못하고 사는데,
그 시인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이상을 추구하며 넓고 기름진 마음의 땅에
뿌리고 거둘것도 많은데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다 잘하며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누구나 아홉번 잘하고 한번 거르면
사람들은 입방아를 찧는데
그 시인도 천사가 아닌 이상
어찌 긴 세월에 여자로써 아내와 며느리로써
힘들때가 없었을 것인가
나는 이해 하고 싶었다.
그 분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워진
인간의 내면에 인내의 한계를 초월하지 못한
한때의 시련 이었으리라 생각한다.
2005.8.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