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데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래서
오후에 집에 가라고 보냈는데
늦은 시간까지 안가고 왜? 그러고 있느냐며
일으켜 세워서 안아주면서 물었더니,
아이가 울먹이며 자기가
돌을 던지지 않았는데 아저씨가 돌을
던졌다고 소리 질러서
화가 나서 집에 안가고 있었다는 참 딱한 하소연 이었다.
아이와 함께 그 아저씨한테 가서
이 아이는 거짓말을 안하고
억울한 일엔 꼭 잘잘못을 따지는 아이니까
분명 잘못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 안가고 버티고 있었던 모양이라며
사과해주시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하니까
그때야 내게 인사하고 집으로 갔었다.
일곱살 남자 아이인데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고집이 세었고
하고자 하는 일에 말리면 몇시간이고
투쟁을 하기 때문에
원인과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주어야 수긍하고
할일을 계속 진행해 나가는 아이였다.
한번은 바둑을 두다
그대로 멈춰 놀이 하듯
상대가 빨리 두라고 재촉을 해도
말 한마디 안하고 그냥 바둑판만 주시한채
앉아 있어서 내가 보기에도 답답하여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입을 작크로 채웠는모양으로
표정 없이 앉아 있기에
상대 아이에게 물으니 바둑돌을 한번 두었다가
자리를 옮겨 놓으니
저렇게 안하고 가만히 있다고 하기에
상대 아이에게 원 상태로 돌려 놓으라고 하니까
싫다고 우겨서
그럼 무승부하고 그만 두라고 해도
고집불통은 듣지를 안해서
판을 치우고 처음부터 다시 두라고 했더니
그때야 돌을 치우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무승부는 그만 두는 것이고 다시하면
기어히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는것이다.
한마디로 절대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아이에게는 아마 커서 훌륭하고 정직한
판사님이나 선생님이 될것 같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때는 이해를 하고
어떤때는 마음을 넓고 깊게 써야 하며
때로는 손해도 보고
남을 위해 자기 것을 나누어 주고
힘든 일도 도와주고 해야 한다며
꿈도 심어주고 가꾸어 갈 수 있는
방법도 일러주며 대화를 하다보니
6~7 개월이 지나자
자기가 두었던 바둑돌 외에는 치워주지 않았던 아이가
남의것도 담아주고 어지러진 책들도 정리해두고
신발들까지 가지런히 정리해두는 착한 심성을 보여
많은 칭찬과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난 믿는다 했다.
내가 피곤하여 양 어깨를 요리 조리 움직여주면
어느새 다가와 뒤에서 내 양 어깨를 그 조막손으로
주물러 주고 두드려 주는데
눈물 나도록 고맙고 예뻤다.
그 아이 부모님도 변화된 아이를 보고
기특해 하고 입소문을 내어주어
나역시 고마워 했다.
한참 정이들고 어른 아이가 되어 가던중
약 2년의 인연을 아쉬워 하며 이사를 갔다.
지금쯤 5학년이 되어 공부 열심히 하고
발전적인 면에서 고집값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2005.8.5.
